"제가 이렇게 금메달 딴 게 부모님께 용기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아시안게임 2관왕에 오른 기쁜 날, 그녀는 부모님을 떠올렸다. 이 기쁜 순간을 함께 할 수 없기에, 한국에 가서도 볼 수 없기에 더 생각나고 가슴이 아프다.
손혜경은 5일(이하 한국시간) 도하 루사일사격장에서 열린 여자 더블트랩 본선에서 3라운드 합계 105점을 기록, 태국의 스리송크람 자네지라(103점)를 2점차로 누르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손혜경은 또 이보나, 김미진과 함께 한 단체전에서도 합계 303점으로 288점의 중국을 멀치감치 따돌리고 우승, 2관왕에 등극했다.
하지만 손혜경은 지금 부모님이 어디에 있는지 모른다. 90년대 중반까지 넉넉한 집안이었지만 사업 실패로 빚더미에 올라 부모님이 집도 없이 떠돌아 다니고 있기 때문이다. 손혜경은 매달 50만∼60만원씩을 부모 통장으로 넣고 있다. 우승 소감을 말하면서 눈에 눈물이 고였다가 웃음이 번졌다가를 반복하다 부모님 얘기가 나오자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손혜경은 남편 조재범씨에게도 "항상 고맙고 사랑한다"고 했다. 손혜경은 지난해 11월 14일 결혼할 예정이었지만 빚쟁이를 피해 다니는 부모의 처지를 고려해 결혼식을 포기한 채 결혼생활을 하고 있다. 힘든 그녀를 사랑으로 안은 조씨와 시댁은 손혜경이 훈련을 할 수 있도록 배려를 했고, 아시안게임 2관왕의 수확을 거둘 수 있었다.
그녀의 인생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이런 힘든 가정사에다 지난 95년엔 애틀랜타 올림픽을 앞두고 훈련 중 접시 파편에 오른쪽 눈을 다쳤다. 시신경이 파열되는 큰 부상으로 수술 뒤 눈에 고인 피를 빼기 위해 2주일 가량 앉아서 잠을 자는 고통을 치렀다. 지난해 5월에는 산악훈련중 다리가 부러지는 부상을 당하기도 했다.
이러한 시련을 모두 물리치고 거둔 금메달이기에 더욱 값지다.
사냥을 좋아하는 아버지를 따라다녔던 꼬마 소녀가 아시안게임에서 최고의 명사수로 우뚝선 이날만큼은 장마처럼 비가 내리던 카타르의 하늘도 유독 맑고 화창했다.
입력 2006.12.06.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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