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촬영장 가면 전도연-장진영 된 기분"
10년만에 터진 상복 상상도 못한일

술마시면 활달…쉴때는 무위도식형

청룡영화상 불러만 주면 달려갈게요

'사생결단' 헤로인
"청룡영화상요? 불러만 주셔도 감사하죠." 데뷔 10년 만에 상복이 터진 추자현은 요즘 고개 숙이느라 바쁘다. 최근 이런저런 영화제에서 여우조연상에, 신인여우상을 2개나 받았다. 그야말로 사생결단의 각오로 찍은 영화 '사생결단'이 연기 인생을 바꿔놓은 것이다. 한데도 "제가 왜 이런 혜택을 누려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겸손 또 겸손이다. 상 받으러 시상식장 가는 것보다 카메라 앞에서 연기하는 게 더 좋다는 진정한 프로 추자현. 그녀는 연기의 매력에 깊이깊이 중독이 돼 있었다.
추자현

-수상을 예감했나요.

▶상상도 못했어요. 수상자를 호명할 때 신발까지 벗고 있었으니 얼마나 당황했겠어요. 무대에 섰는데 앞이 캄캄한 게 '사생결단'을 함께 찍은 황정민 오빠와 류승범씨밖에 보이지 않았어요. 그래서 문득 정민 오빠가 작년 청룡영화상 때 히트쳤던 '차려진 밥상' 멘트를 써먹었죠.

-특이하게 한복을 입고 시상식장엘 갔었는데.

▶여배우들이 하나같이 너무 아름다워 좀 튀어보려고 한복을 택했어요. 시상식 의상으로는 안 맞는 것 같아 가시방석이었죠. 운동복 속의 정장 같은 느낌이라고나 할까요. 혹시 청룡영화상 때 스포츠조선에서 불러만 주신다면 한복이 아닌 또 다른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몸매는 안 되지만….

-'사생결단'이 좋은 결과를 낳았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무엇인가요.

▶제가 마약중독자 지영이 역을 맡았거든요. 마약을 한 후 섹스하는 장면이 있었는데 그게 가장 힘들었어요. 베드신 자체가 힘든 데다 '중독 베드신'은 경험조차 할 수 없는 일이라 표현에 어려움을 겪었죠. 하지만, 오디션 때부터 감독님이 강조하신 장면이라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한 덕분인지 한 번에 OK 사인을 받았어요.

-소개할 만한 에피소드가 있다면.

▶정민 오빠가 야구방망이로 제 허벅지를 때리는 장면을 촬영할 때 조준을 잘못해서 골반을 때리는 바람에 아파서 절뚝거린 적이 있어요. 한데 얼마 후 제가 정민 오빠를 담뱃불로 지지는 장면을 촬영할 때 담뱃재가 정민 오빠 눈에 들어가는 바람에 정민 오빠가 혼이 났죠. 본의 아니게 복수를 한 꼴이 되었어요.

추자현

-한동안 활동을 중단했는데.

▶연기의 시작이 코믹물의 중성적인 캐릭터였어요. 그게 2002년 '명랑소녀 성공기' 때까지는 좋았어요. 하지만, 이미지가 그대로 굳어져 버리는 거예요. 그저 맡은 캐릭터를 열심히 소화한 것 뿐인데 다들 그 캐릭터에 절 가둬 두더라고요. 우울했죠. 정말 진지한 배우이고 싶었는데…. 그래서 그 이미지에서 벗어나려고 과감히 방송을 접어버렸죠.

-다시 돌아와 상까지 받았으면 완벽하게 재기한 셈인데.

▶아직 뭔가 이뤘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그냥 기다림의 대가 정도로 생각해요. 사실 저는 많은 신인 중 하나였고, 맡은 역할 자체가 눈에 띌 수밖에 없었어요. 다른 배우가 그 역할을 했더라도 눈에 띄었을 것이고, 당연히 상을 받았을 거예요.

-다음 작품은 정해졌나요.

▶아직 확정된 건 없는데 로맨틱 코미디가 될 것 같아요. 신중하게 결정할 생각입니다. 한 번 시선을 받았으니 다음 작품에선 더 잘해야 하는데, 다들 관심 있게 지켜볼 텐데 하는 부담감이 있는 게 사실이에요. 며칠 전 정민 오빠가 전화를 해서 지금이 중요하다는 말씀을 해주셨어요. 정말 그런 것 같아요.

-굉장히 활달한 성격으로 알려져 있는데 실제로는 어떤가요.

▶술 마시면 더 활달해져요. 하지만, 가을을 타면 온종일 말 안 할 때도 있어요. 감정의 기복이 심한 편이에요. 그래서 배우를 하나 봐요.

-요즘 촬영이 없어 쉬고 있는데, 주로 뭘 하나요.

▶쉴 때는 그저 먹고, 자고, 노는 게 최고예요. 다른 사람들은 운동도 열심히 한다는데 저는 그것도 싫어요. 마냥 놀면서 시나리오도 읽고, TV도 보고 그래요.

추자현

-이성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을 갖고 있나요.

▶배우는 사랑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사랑을 하고 싶어요. 그래서 남자친구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솔직히 잘 생긴 사람이 좋아요. 지난번 시상식 때 조인성, 이준기, 다니엘 헤니씨가 옆에 앉았는데 잘 생기긴 했지만 저랑은 다른 세계 사람들 같다는 느낌이었어요. 제가 생각하는 잘 생긴 기준은 따로 있거든요. 말수가 적고, 터프하고, 리드하는 스타일이요.

-앞으로의 각오 한마디.

▶요즘 촬영 현장에 가면 전도연, 장진영이 된 기분이에요. 다들 '여배우', '여배우' 하며 대접을 해주시니 민망하고 황감하기 이를 데 없어요. 그래서 더 잘하게 돼요. 추자현은 앞으로도 그냥 추자현이에요. 열심히 노력할 테니 똑같이 봐주세요.

(스포츠조선 최재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