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보〉(1~12)=LG배는 돌을 가리는 규칙이 약간 독특하다. 홀수 또는 짝수를 맞히면 흑 백 선택권을 갖고 틀리면 상대방에게 그 권리가 넘어간다. 구리가 판 위에 늘어놓은 백 돌은 짝수. 홍민표가 못 맞혔다. 구리가 머뭇거리지 않고 흑 돌 통을 당겨간다. '상식'대로다. 한국 룰은 흑의 덤 부담이 중국보다 1집이 적은데 망설일 이유가 없다. 흑번은 미리 포석 구상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단순한 선착(先着) 효과 이상의 어드밴티지가 있다.
그래서일까. 흑의 착점 속도가 매우 빠르다. 초반부터 황소걸음인 백과 대비된다. 홍민표는 6까지 단 3수에 벌써 10분 이상을 썼다. 7 이하 11까지도 '구리(古力)류'라고 부를 만한 진행. 7로 한 칸 오른쪽 '가'로 둔 뒤 백 8, 흑 '나', 백 10, 흑 11이라면 우상 일대 흑진이 좀 더 위협적 모습이 된다. 따라서 백은 참고도 2 이하 6으로 변신할 확률이 높다. 전혀 다른 또 한 판의 바둑이다.
12로 뛰어들어 전운(戰雲)이 감돌기 시작한다. 넓게 펼쳐놓고 침입한 백을 공격해 주도권을 잡겠다는 게 포석에 드러난 흑의 속셈이었다. 그렇다면 어떤 공격 방법이 가장 효율적일까.
입력 2006.11.20. 2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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