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난로를 피우면 처음에 그을음이 나고, 오래 있으면 석유 냄새에 머리가 아파 공부하기 싫어져요." "별로 따뜻하지도 않아요. 머리 아파서 문 열면 춥고…."

8일 오후 겨울나기를 위해 교실마다 석유난로 설치를 준비중이던 상인천여중의 복도에서 만난 여학생들은 앞다퉈 불만을 얘기했다.

같은 날 오전 찾아간 부원초등학교에서도 학생들의 반응은 똑 같았다. "애들끼리 놀다가 난로에 데이기도 하고, 연통을 쓰러뜨리거나 전기줄에 발이 걸릴까봐 신경 쓰여요." "석유를 통에 담아서 교실에 가져오기도 힘들어요. 난로에 넣을 때 위험하고요…"

한 교사는 "관공서에 가보면 복도까지 훈훈한데 학교 교실은 석유난로나 겨우 틀어놓고 복도는 완전히 냉골"이라고 말했다.

8일 인천시내 한 초등학교에서 학교 관계자가 겨울철 난방에 사용할 석유난로를 손보고 있다.

인천지역 초·중·고교와 특수학교 전체 교실 4곳 중 1곳이 중앙난방이나 냉난방 겸용기 같은 제대로 된 난방 시설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난방시설과 에어컨을 동시에 갖추고 있는 학교는 전체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 하고 있다. 교육에서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시설에 투자가 부족한 탓이다.

◆냉난방 실태
난방에는 중앙 난방, 냉난방 겸용기, 가스 및 전기 온풍기, 가스 히터, 석유 난로 등의 방식이 있다. 그러나 교실 안에 있는 산소를 삼켜 머리를 아프게 하는 가스나 전기 온풍기, 석유난로, 가스히터 방식은 제대로 된 난방시설로 볼 수 없다는 것이 일선 학교의 반응이다.

인천시교육청에 따르면 인천시내 440개 초·중·고와 특수학교 2만7784개 교실 가운데 온풍기나 석유 난로, 가스 히터 등의 난방 방식을 쓰는 교실이 25.1%인 6962곳이나 된다. 어떤 방식으로든 모든 학교에 100% 난방을 공급하고는 있지만, 전체 교실 4곳 중 1곳은 학생들에게 불편을 주는 옛날 방식의 난방 시설을 쓰고 있는 것이다.

여름철 냉방시설까지 포함하면 더욱 열악해진다. 중앙난방에다 냉난방 겸용기 또는 에어컨을 모두 갖추고 있는 학교는 전체의 46.8%인 206곳에 불과하다. 초등학교가 44.1%, 중학교가 36.8%, 고등학교가 63.5%, 특수학교는 50%다.

◆해결 방안은 정책 의지뿐
시교육청은 내년에 107억원을 들여 22개 학교의 냉난방시설을 바꾸는 등 234개 학교에 대해 연차적으로 냉난방 시설 교체작업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다 바꾸려면 10년이 넘게 걸려 너무 늦는 형편이다. 더욱이 그동안은 냉난방시설 교체 비용을 정부나 인천시가 별도로 교육청에 지원했지만 올해부터는 직원 인건비 등 다른 예산과 통합 지원하는 방식으로 바뀌어 예산배정 순서에서 계속 뒤로 밀릴 가능성이 커졌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학교나 학부모들이 냉난방시설을 새 것으로 바꿔달라고 계속 요구하지만 예산이 부족해 도리가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지난 7일 시교육위원회에서 이 문제를 제기한 류병태 위원은 "교육청이 요즘 교실내 대기질 개선 사업을 벌이겠다고 하는데 난로 때서 그을음 나는 교실의 공기 질을 따진다는 건 어불성설"이라며 "학생들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교실의 냉난방 시설은 2~3년 계획을 세우고 예산을 집중 배정해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