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히 선발된 어린 여자아이를 신(神)으로 섬기는 네팔의 오랜 전통 '쿠마리'가 법정에 서게 됐다.
네팔 대법원은 쿠마리 의식에 인권 침해 요소가 없는지 조사할 것을 최근 네팔 문화부에 명령했다고 BBC 등 외신이 2일 전했다. 법원의 명령은 인권 침해 여부를 조사해 달라는 청원이 접수된 지 근 1년 만에 내려졌다.
살아 있는 여신으로 숭배받는 쿠마리는 네팔 네와르족의 1000년 넘은 전통이다. 쿠마리는 4~7세 여자아이들 중에서 뽑힌다. 특별 전형위원회에서 뽑는 쿠마리는 32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흠 없이 예쁘고 머리카락과 눈동자가 검어야 하며, 이가 가지런해야 하는 것 외에, 월경이 없어야 한다는 것도 포함된다. 어린이일 수밖에 없다.
쿠마리가 되면 짙은 화장과 금 장식을 하고, 이마에 '제3의 눈'을 그린 채 가족과 떨어져 카트만두 도심 탈레주 바와니 사원에서 살게 된다. 9월 인드라자트라 축제를 포함한 몇 번의 나들이 외에는 밖에 나가거나 학교도 다닐 수 없다. 인권 침해 문제가 제기되는 부분이다. 9월 축제에선 국왕이 쿠마리에게 무릎을 꿇고 복을 빈다.
쿠마리가 초경을 하면 즉시 자격이 박탈되며, 동시에 새로운 쿠마리가 여신으로 뽑힌다. 환속(還俗)한 쿠마리는 일반인과 똑같이 살게 되는데, "액운(厄運)을 지녀 남편이 일찍 죽는다"는 통념 탓에 결혼을 못하고 외롭게 사는 경우가 많다.
인권 침해를 주장하는 측의 변호인 티카람 바타라이는 "법원의 이번 명령은 쿠마리 제도의 현대화를 모색하는 중요한 결정"이라고 말했다. 법원 결정은 문화부의 보고서 제출 기한인 3개월 후 내려진다.
입력 2006.11.02. 2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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