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호일(가운데)과 공일오비에 새로 합류한 버벌진트(왼쪽), 케이준.

"올라간 공중전화 요금만큼 오래된 것이겠지요." 90년대 '신인류의 사랑', '아주 오래된 연인들', '텅빈 거리에서' 등 실험성 있는 노래로 가요계에 신선한 충격을 안겨준 공일오비가 돌아왔다. 10년 만의 앨범 발표.

리더인 장호일은 "지금은 공중전화 요금이 얼마인지 모르겠어요. '텅빈 거리에서'를 부를 때 10원짜리 동전 두 개를 외쳤는데 올라간 가격만큼 우리의 공백이 길었던 거겠지요"라고 말한다.

음반을 준비하며 가장 큰 고민은 방향 설정. "예전의 음악으로 갈 것인지 아니면 최신 유행을 따라갈 것인지 선택해야 했어요. 결국 예전 공일오비가 그랬듯 힘든 길을 택하기로 결정했지요."

그렇게 태어난 7집은 공일오비와 어울리지 않는 곡들로 가득하다.

힙합적 느낌이 강하고 사운드는 갖가지 전자음으로 무장했다. 하지만 듣고 있자면 공일오비가 예전에 들려준 뭔가가 녹아 있다. "정석원의 컨트롤 능력이라고 봐요. 공일오비는 변하지 않았다는 소리가 요즘에야 나오는 이유"라고 말한다.

그나마 변한 것은 객원 가수들의 역할이 늘었다는 것. 총 10팀이 객원 가수로 참여한 가운데 버벌 진트와 케이준은 앨범의 준비 단계부터 공일오비의 리뉴얼에 힘을 더했다.

타이틀곡 '그녀에게 전화오게 하는 방법'은 여기저기 사용된 옹앙거리는 목소리의 주인공이 김조한으로 밝혀진 가운데 버벌진트의 랩이 귀를 사로잡으며 인기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객원 가수 리스트는 실력파로 가득하다. 다이나믹듀오와 박정현이 부른 '너말이야', 호란이 부른 '성냥팔이 소녀'를 비롯해 케이준, 신보경, 제이민, 조유진 등 실력파 신인들이 대거 참여했다.

수록곡 11곡에 객원 가수 10팀이 말해 주듯 한 곡 한 곡 너무도 다른 느낌이 모처럼 앨범다운 앨범을 만났다는 느낌을 준다.

당장 나온 결과물보다 궁금한 것은 공일오비의 미래.

장호일은 "공일오비라는 레이블을 구상 중이에요. 장르에 대한 구분을 두지 않고 신인들이 공일오비라는 큰 틀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며 "2~3개월에 2~3곡씩 꾸준히 발표할 것이고 연말에는 스탠딩 공연도 준비하고 있어요"라며 더욱 활발한 활동을 예고했다.

(스포츠조선 이정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