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달리고 싶었지만, 2만여명의 즐거움을 위해 잠시 접었습니다." 29일 춘천시 소양2교를 건너 소양강 처녀상 앞길로 접어드는 춘천마라톤 38㎞ 지점에 이르자 흥겨운 음악이 들리기 시작했다. 4인조 아마추어 그룹 사운드인 '러너스 하이'는 전자 기타와 베이스, 드럼을 직접 연주하며 '고래사냥' '불놀이야' '빗속의 여인' '소양강 처녀' 등을 4시간 동안 열창했다. 이들은 오로지 마라톤과 음악이 좋아 무보수로 자원 봉사를 자청했다.
'러너스 하이'가 쉬지 않고 부르는 노래에 힘들게 달리던 대회 참가자들도 손을 흔들며 환호를 보냈다. 잠시 걸음을 멈추고 "앙코르"라고 외친 뒤 다시 달리는 선수도 있었다. 보컬과 기타를 맡고 있는 조경훈(의사), 베이스 기타의 유태영(성창인터내쇼날 대표), 퍼스트 기타의 박준능(SBS예술단·이상 50), 드럼 조현균(학원 원장·47)씨는 모두 인천 제물포고 동창생들. 제물포고 출신 마라톤 동호회인 '런 JMP'의 회원들이기도 하다. 조씨는 프라하·보스턴·뉴욕 등 해외 마라톤 대회를 포함해 풀코스를 6차례 완주했으며, 유씨는 2004년과 2005년 연속으로 춘천마라톤에서 완주한 '열혈 마라톤 마니아'들이다.
하지만 올해 이들은 달리기 대신 노래로 춘천마라톤에 참가했다. 2004년 뉴욕 마라톤에 참가했던 조씨는 "세계 각국의 참가자 4만여명이 10여㎞ 지점에 들어서자, 500m 간격으로 늘어선 동네 밴드들이 록 음악을 연주하며 파이팅을 외치는 모습이 너무나 아름다웠다"고 말했다.
지난해 고교 졸업 30년을 맞아 기념 공연을 준비하면서 이들은 '그룹 사운드'를 결성했다. 고교 3년 후배인 조현균씨를 드럼 주자로 영입해서, 지난 1년간 매주 2차례씩 경기도 장흥유원지 카페에 모여 연습하며 '춘마 콘서트'를 준비해 왔다. '러너스 하이' 멤버들은 "호수와 가을이 어우러진 춘천마라톤에 음악으로 힘을 보탠 것 같아 즐겁다. 앞으로도 춘천마라톤에서 계속 노래 응원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춘천=특별취재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