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 주 동안 미국 학교에서 3건의 총격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미국이 공황상태에 빠졌다. 2일 오전 10시쯤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니켈 마인스 근처의 아미시 마을 학교에 우유배달 트럭 운전사인 찰스 칼 로버츠(32)가 총기를 들고 침입, 여학생 11명을 쏘아 5명을 숨지게 하고 자신도 자살했다. 나머지 6명은 중상이다.

범인은 웨스트 니켈 마인스 학교 교실에 들어가 남학생 15명과 임산부 등 성인 여성 4명을 모두 내보낸 뒤 문에 나무를 대고 못질을 해 출입구를 봉쇄했다. 이어 여학생들의 다리를 묶은 뒤 일렬로 칠판 앞에 세우고 처형하듯 머리에 총격을 가했다. 성경 교리대로 물질문명을 거부하고 금욕 생활을 하는 아미시들의 전통에 따라 운영되는 이 학교는 교실 1개만 있는 소규모로, 6~13세까지 어린이 26명이 재학 중이다.

범인은 아미시 마을 인근 바트 지역에 살면서 아미시 농장에서 우유를 수거하기도 했다. 사건 당일에는 새벽 3시에 일을 마치고 오전 8시 45분에는 자녀 3명을 등교시키기 위해 버스정류장에 데려다 줬다. 범인의 아내는 "남편은 평소와 다름없이 지극히 정상이었다"고 말했다.

범인은 자녀를 등교시킨 후 총격 사건을 저질렀다. 그는 인질극을 벌이는 와중에 아내에게 휴대전화로 "20년전 일의 복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가 20년 전 어린 시절에 겪은 사건이 무엇인지 경찰은 밝히지 않았다. 경찰은 범인의 딸이 1997년에 태어나자마자 사망한 일이 이번 사건의 동기가 됐는지 여부도 조사 중이다.

펜실베이니아 제프리 밀러 경찰국장은 "범인은 삶과 신에 대해 매우 불만을 품고 있었던 것이 분명하다"고 밝혔다.

범인은 아미시 신도가 아니며 아미시 공동체에 반감을 갖고 있는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아미시 학교가 자신의 집과 가깝고 여학생들이 공부하고 있으며, 보안도 허술해 범행 대상으로 삼은 것으로 경찰은 판단하고 있다.

범인은 이번 총격 사건을 위해 치밀하게 준비했다. 사망 당시 그는 반자동 권총과 12구경 산탄총, 엽총, 600발의 탄약 등을 갖고 있었으며 아이들을 묶은 끈도 사전에 준비했다.

이번 사건은 지난주 이후 미국에서 세 번째 발생한 학교 총격 사건이다. 지난달 29일에는 위스콘신주의 한 학교에서 꾸중을 들은 학생이 교장에게 총을 쏴 중상을 입혔다. 또 지난달 27일에는 콜로라도주 베일리의 플래트 캐년 고교에 한 무장괴한이 총기를 들고 침입, 여학생 6명을 붙잡고 인질극을 벌이다 학생 1명을 숨지게 하고 자살했다. 라스베이거스에서는 경찰이 한 고교에서 총기를 소유한 학생을 발견하면서 학교를 임시로 폐쇄하기도 했다.

미국 사상 가장 큰 학교 총격사고는 1999년에 2명의 10대 소년이 13명의 친구들을 사살하고 자살한 콜로라도주 컬럼바인 고교 사건이다.


(뉴욕=김기훈특파원 khkim@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