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영만 화백(왼쪽에서 두 번째)이 '타짜' 포스터 앞에서 가족들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재현 기자>

10월 1일 오후 4시. 서울 강남의 CGV 압구정에서 허영만 화백과 부인 이명자씨, 큰아들 석균씨, 그리고 딸 보리씨를 만났다.

허화백 가족이 입장한 2관은 완전 매진이었다. 영화에 앞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는 사이, 허화백을 알아 본 팬들이 사인을 요청해 왔다. 허화백은 즉석에서 사인과 함께 강아지 그림을 그려줬다. "만화 '사랑해'에 나왔던 개 '썰렁이'예요. 금방 해줄 만한 것을 찾다가 그려줬어요. 앞으로 더 개발해야겠어요. 하하."

영화의 러닝타임은 2시간 20분. 짧지 않은 시간 동안 허화백과 가족들은 관심있게 영화를 지켜봤다. 허화백이 도박판의 노름꾼으로 카메오 출연하는 대목에선 일제히 웃음을 터뜨렸다.

영화가 끝나고 엔딩 크레디트가 흐를 때 허화백과 가족들의 표정은 밝았다. 부인 이씨는 "재미있게 봤어요. 스크린에 나온 남편 얼굴이 더 나아 보이더라구요"라며 미소지었다. 아들 석균씨도 "사실 어제 '타짜'를 봤는데 아버지 작품이고 해서 오늘 다시 나왔어요. 영화도 재밌게 보고 가족과 함께 나들이를 해 참으로 유쾌한 시간이었어요"라며 활짝 웃었다.

영화를 본 허화백의 첫 소감은 "원작에서 벗어나려고 애쓴 흔적이 보이네요"였다. "원작에 대한 부담이 큰 법이죠. 각색의 어려움도 있구요. 원작에 한 발만 담그고 있다고 해야 할까? 반쯤은 원작에서 도망가지 않았나 생각해요."

그는 영화 '대부'를 예로 들었다. "젊었을 때 '대부'를 소설로 먼저 접했어요. 그리고 영화화 된다는 얘기를 듣고 어떻게 각색을 했을까하고 무척 궁금했어요. 막상 영화를 보고 나니까 '그 두꺼운 책을 정말 잘 소화했구나'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아카데미 각색상을 수상할 만했죠. 영화 '타짜'도 비슷한 것 같아요. 최동훈 감독의 각색 능력에 박수를 보내고 싶어요."

가장 기억에 남는 대목으론 자동차 전복신의 스펙터클, '평경장' 백윤식의 "내가 땅을 사기만 하면 값이 떨어져"라는 이북 사투리 연기, '아귀'와 '짝귀'의 열연을 꼽았다. '고니' 조승우의 프로페셔널 정신도 높이 칭찬했다. "'말아톤'에서 조승우의 연기를 보고 사실 '고니' 역에 어울릴까 의심을 가졌어요. 그러나 역시 그는 프로예요. 한번은 이런 일이 있었죠. 처음에 고사를 지내는데 엄숙한 분위기에서 갑자기 웃음이 터지더라구요. 뭔가 봤더니 조승우가 화투를 갖고 놀다가 바닥에 떨어뜨린 거예요. 이미 '타짜'가 되기 위한 수업 중이었던 거죠"

물론 아쉬운 점도 있었다. 원작과 영화 사이엔 시대적 배경이 크게 다른데, 허화백은 "60~70년대의 향수가 아쉬워요"라고 말했다. 등장인물이 많은 관계로 '아귀'가 좀더 스크린에 보이지 않은 것도 아쉬운 면이었다.

"오늘 참 잘 봤어요. 가족하고 같이 영화 본 게 정말 오랜만이에요. 최감독에게 수고했다고 전화하고 소주나 한 잔 해야겠어요. 여러분들 행복한 명절 되세요."
(스포츠조선 김인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