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오락실의 내부는 요지경이었다. 이 속에서 일하거나 일했던 알바(아르바이트하는 사람)들의 증언은 충격적이다. “터졌다”고 주기적으로 소리치는 바람잡이, 승률 조작, 단골고객 만들기, 환전소 위치 흘려주기, 단속 피하기…. 성인오락실이 보통 사람을 꾀어 성업하고, 당국의 단속에 코웃음치는 비밀을 알바들은 본지 기자들에게 들려주었다.

◆성인오락실 '바람잡이'의 고백

"지인이 강남 ○○동 부근에서 성인오락실을 운영하게 됐는데, 좀 도와줘야겠다."

음악업계에 종사하다 일자리를 잃은 이모(42)씨는 작년 8월 아는 친구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그에게 주어진 임무는 손님으로 가장해 게임장에서 다른 손님을 끄는 일. 일명 '바람잡이' 아르바이트였다. 그는 역시 '바람잡이'로 고용된 송모(46)씨, 한모(여·37)씨와 한 팀이 됐다. 바람잡이는 나이가 좀 있어야 한다. 다른 손님들의 의심을 덜 받기 때문이다.

이들은 하루에 평균 8시간씩 게임기 앞에 붙어 앉아 평균 3시간에 한 번씩 "터졌다"며 바람을 잡았다. 그러면 다른 손님들이 구름 떼처럼 주변에 모여들었다. 이씨는 "이렇게 바람을 잡아놓으면 사람들의 입을 타고 ○○게임장이 잘 터진다는 소문이 퍼지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작년 8월부터 12월까지 하루 8시간 일하고 5만원씩 받았다.

그는 기자와의 인터뷰 도중 "기계를 조작하는 것도 봤다"고 증언했다. "기계를 조작하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가 있다. 자세히는 모르지만 전화를 통해서 하는 방법, 카운터 밑의 버튼을 누르는 방법, 직접 기계를 뜯어서 승률을 조작하는 방법이 있다고 들었다."

그는 당일치기 바람잡이뿐만 아니라 단골을 만드는 역할도 했다. 다른 손님들이 계속 게임장을 찾도록 친밀하게 지내는 것이다. "죄책감이 없었나"라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처음에는 좀 그랬지만, 나중엔 나도 게임에 빠져들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결국 손님이 붐벼 '바람잡이' 아르바이트가 필요 없게 됐을 때도, 게임에 중독돼 6개월 동안 게임장을 떠나지 못했다. 그는 "아르바이트를 할 때는 하루에 한 번씩은 꼭 '대박'이 터졌는데, 그 후 일반 손님으로 게임을 하는 동안엔 하루는커녕 일주일에 한 번 터질까 말까였다"고 했다.

이씨는 다른 손님들에게 '상품권 환전소'의 위치를 알려주는 일도 맡았다. 그는 "게임 업소의 종업원들은 환전소와 게임장의 연결 고리를 부인하기 위해 손님들이 '상품권 환전소가 어디에 있는가'라고 물으면, 절대 직접 대답하지 않고 다른 손님들에게 물어보라고 말한다"며 "그때 자연스럽게 게임장 뒤편 주차장에 가면 환전소가 있다고 슬쩍 알려준다"고 말했다.

그는 성인오락실이 보통 편의점 옆에 있는 이유를 알려줬다. "돈을 잃어도 손님들이 24시간 현금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해서 계속 자리에 붙어있게 만드는 전략이죠."

◆"단속 아무것도 아니에요"

당국의 요란한 단속에도 불구하고, 성인오락실이 성업하는 이유를 알바들은 알고 있다.

인터넷에는 "불법이지만 (걸려도) 사장님만 잘 만나면 해결돼요. 훈방 조치" "단속 나온다고 ××(경찰의 은어)가 다 알려준다" "영등위 애들도 가끔 나오는데 사장 만나 커피 먹고 그냥 간다. 그 사이 뭘 줬겠지" 같은 알바들의 글이 떠돌고 있다. 단속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체험담들이다.

인천의 한 업소에서 알바로 1년 일하고 있다는 20대 여성은 "단속 나온 걸 한 번도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들은 대개 하루 12시간씩 2교대로 일한다. 월급은 팁 알파를 합쳐 200만원 이상이다. 많은 보수를 주는 이유는 '단속'에 대한 '불안감' 무마용이다.

알바들의 블로그에는 팁을 잘 받는 10가지 방법도 소개된다. '항상 웃어라. 중독 손님에게 음료수, 라면, 김밥을 투자하라. 뭔가 터졌을 때 오버액션을 취해 주라. 손님한테 업소사장인 것처럼 행동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