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사이버 공간을 뜨겁게 달궜던 '된장녀' 논란이 다시 불붙고 있다. '된장녀 키우기' 플래시 게임까지 등장해 이를 둘러싸고 네티즌간의 감정 싸움 양상마저 보이고 있다.
'된장녀' 논란은 지난 4월 한 남성 네티즌이 '된장녀의 하루'라는 글을 인터넷 게시판에 올리면서 시작됐다. '비싼 스타벅스 커피를 선호하는 여성을 이해할 수 없다'는 남성 네티즌들의 글이 이어지면서 이 커피를 들고 다니는 여성들을 통칭해 '된장녀'라고 부르는 등 논란은 걷잡을 수 없이 확대, 재생산 됐다. 여기에다 영화배우 김옥빈이 TV오락프로그램에서 "고급 레스토랑에서 비싼 밥 먹고 계산할 때 할인카드 내미는 남자가 분위기를 깬다"고 말하면서 '된장녀' 논쟁에 휘말리기도 했다.
이처럼 된장녀가 사이버 공간의 핫 이슈로 등장하자 게임업체도 이와 관련된 게임을 내놓는 등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된장녀 키우기' 게임은 '…하루'와 내용이 유사하다. '집단주의나 명품 선호주의가 판치는 대한민국에서 된장녀가 되지 않는 것이 게임의 목표. 행동지침을 정상 여성으로 선택하면 된장 순도가 증가하지 않는다'라는 설명으로 시작하는 이 게임은 하루 일과 가운데 두 가지의 행동지침을 주고 하나를 고르게 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목욕탕에서 '나는 소중하기 때문에' 고급 샴푸를 써야 하고, 외출복으로는 청바지 대신 미니스커트를 선택하며, 자신을 응큼하게 쳐다보는 상대방을 혐오스럽게 쳐다본다. '뉴요커의 눈'으로 창밖을 보고, 복학생 남자 선배에게 점심을 얻어먹으며 '아는 오빠'를 꼬셔 고급 레스토랑이나 커피점을 찾는 등의 행동을 선택하면 이른바 '된장의 순도'가 증가한다. 창문을 닦으라는 아르바이트 업소 사장이 등장하면 '성희롱 죄로 고소하겠다'고 클릭한다. 고소 취하 조건으로 합의금을 챙겨 명품 가방을 구입하는 등 게임 내용은 여성에 대한 철저한 비하로 이뤄져 있다.
'된장녀'의 행동을 선택하지 않고 정상적인 행위를 클릭하면, '된장 순도'가 높아 선택하지 못하거나 게임이 끝나게 되는 등 철저하게 '된장녀'로 몰아가는 것이 이 게임의 특징.
이를 둘러싸고 네티즌간의 설전이 격화되고 있다.
"지나친 여성 비하에다 악의적인 내용이다", "남성 우월주의를 앞세운 불쾌한 게임"이라는 의견이 있는 반면 "속 시원하다", "된장녀의 생활을 생생히 알 수 있는 교육적인 게임"이라는 댓글도 이어지고 있다.
최근 조선일보가 남녀 대학생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 '된장녀 혹은 된장남이 실제로 캠퍼스에 존재하는가'라는 질문에 37.4%가 '둘 다 많다', 18%는 '여학생들은 대부분 된장녀라고 보면 된다'라고 응답, 대학가에서 된장녀 논란이 새로운 남녀 갈등 이슈로 등장했음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에 대해 명지대 여가정보학과의 이장주 교수(심리학)는 "최근 된장녀 논란은 치열한 경쟁에 내몰린 남학생들이 스트레스를 풀고 분노를 표출할 만한 상대를 찾는 '희생양 찾기'라는 측면이 강하다. 하지만 남녀간의 성대결로까지 악화되고, 방어기제로 '된장남' '고추장남'이 등장하는 등 상대 성에 대한 적대감이 고착화되면 향후 큰 사회 문제로 비화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된장녀란…
여성을 'X인지 된장인지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으로 비하한 인터넷 비속어. 점심 값보다 훨씬 비싼 커피를 후식으로 마시고, 극단적 페미니즘을 주장하지만 자신의 이익을 위해 남자를 이용하는 일부의 젊은 여성을 지칭한다. 명품 브랜드에 집착하는 일부의 여성들을 냉소적으로 비하해 부르는 말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