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좀 늦었죠. 넘 죄송합니다."

가수 주현미를 인터뷰하기 위해 서울 강남구 도곡동의 타워팰리스로 간 시각은 오후 5시30분. 하지만 그녀는 방송 녹화가 늦게 끝나 예정보다 30분 늦게 도착했다. 가쁜 숨을 몰아쉬면서 연신 사과를 하는 통에 오히려 기다리던 기자가 더 큰 잘못을 한 듯한 착각을 갖게 했다.

사진 촬영을 마치고 2층 커피숍에 마주앉자 주현미는 세월의 흐름이 무색할 만큼 변함없는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인 살짝 파인 보조개와 눈웃음을 보이며, 모처럼 스포츠조선과의 인터뷰에 응했다.

피부 탱탱? 의사 동생 덕에 보톡스 좀…
말주변 없어 오락프로 출연 엄두 못내
'강남 치맛바람'속 난 아이들 거의 방치

신곡 '어허라 사랑이라'기교 부려 맛깔나게…
★변한 게 없다고요? 남동생 도움도 좀 받았지요

-어쩜 그리 변한 것이 없나.

▶아니다. 나이를 먹은 만큼 변했다. 다만 피부과 의사인 남동생이 늙는 것을 조금 늦춰 준 것은 있을지 모른다. 솔직히 보톡스 주사를 맞은 적이 있기 때문이다.

-피부는 그렇다 치고 몸매 역시 예전과 큰 차이가 없는데.

▶몸매 관리에 신경을 쓴다. 무대에서 홀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만큼 조금만 신경을 안써도 관객들이 노래에 집중을 않기 때문이다. 약간 살이 쪄서 올라간다면 다들 노래를 듣기보다는 "주현미 살쪘네"라며 몸에만 관심을 집중 할 것이 뻔하다. 내 노래를 진실되게 전달하기 위해서는 몸매 관리는 필수다.

-몸매 관리를 위해 특별히 하는 것은.

▶운동이 최고다. 집 근처의 양재천을 한시간씩 걷는다. 그리고 가까운 거리는 대부분 걷는다. 중년이 되고 나면 달리기는 관절에 무리가 갈 수 있어 걷는 것을 선호한다.

-인터뷰 장소가 특이한데.(특히 사진기자는 이곳에 들어가기 위해 여러 절차를 거쳐야 했다)

▶미안하다. 하지만 저녁 시간대에 잡힌 인터뷰는 대부분 이곳에서 한다. 이유는 아이들이 내가 어디에 있는지 알아야 하고 무슨 일이 있으면 바로 내려올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어두워져서 집에서 멀리 있으면 내가 불안하기도 하다.

★새 음반? 데뷔 25년 만에 처음으로 트로트의 기교를 잔뜩 넣었죠

-그 동안 어떻게 지냈나.

▶매년 정기적으로 어버이날과 연말 디너쇼를 가졌다. 또 올초 미주 5곳을 도는 공연을 열었고 오는 15일에는 일본에서 재일동포들을 위한 콘서트를 갖는다. TV활동은 많이 안하고 있는데 내가 나갈 수 있는 프로그램이 거의 없다. 가요무대나 열린 음악회 정도 있을까. 특히 오락프로그램은 말 주변이 없어서 도저히 나갈 용기가 안난다. 최근에도 모 프로그램에서 섭외가 들어왔는데 방송을 한 번 보고 포기해 버렸다.

-최근 3년 만에 음반을 발표했는데.

▶총 4곡이 수록되어 있으며 2곡은 신곡, 2곡은 리바이벌곡이다. 타이틀곡은 작곡가 김희갑씨와 작사가 양인자씨가 만든 '어허라 사랑이라'이다. 두 분이 원래 트로트곡을 쓰지 않기로 유명한 만큼 걱정을 많이 했다.

-기존에 부르던 스타일과 많이 달라졌나.

▶지금까지는 자제를 많이 했다. 트로트곡을 너무 기교있게 부르면 오히려 거부 반응이 올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곡은 트로트가 아니기 때문에 기교를 많이 가미해 트로트 같이 불렀다.

★결혼 18년? 잉꼬부부는 남편에게 물어봐야 겠는데요...

-전성기였던 88년 임동신씨와 결혼을 발표해 많은 팬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솔직히 무모한 행동이었고 그에 따른 나쁜 결과가 올 수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아주 잘한 결정이라는 확신이 든다. 그때 결혼을 하지 않았다면 노처녀가 되어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가끔한다. 지금 어디 가서든지 무대에 전념할 수 있는 것은 모두 가족의 힘이다.

-자녀는 어떻게 되는가.

▶1남1녀를 두고 있다. 아들 준혁이는 중3이고 딸 수연이는 중1이다.

-국내 최고의 교육열을 자랑하는 강남에 사는데 교육은 어떻게 시키나.

▶주위에서 워낙 교육열이 강해 힘들다. 기본적으로 수학, 영어 학원에 보내는 것을 제외하면 방치하는 편이다. 억지로 시킨다고 공부를 잘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끔은 내가 부모 역할을 너무 안하는 것은 아닌가 고민이 되기도 한다.

-잉꼬 부부로 유명한데 남편 자랑 좀…

▶오래 살다보면 자연스럽게 잉꼬가 되는 것 같다. 남편이 소속사 사장인데, 아무리 외조가 일반화 되었다고 해도 내 남편처럼 마누라 일에 100% 헌신하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결혼하고 나서 가수 최고상을 받았으니 남편이 청춘을 희생한 대가로 생각한다. 어쩜 우리 남편이 벗어나고 싶어할지도 모른다. 잉꼬를 거부할 수도 있고.(웃음)

-부부 싸움은 자주하나.

▶거의 안한다. 그 동안 크게 싸운 것은 내가 한 7년동안 신곡을 안냈을 때다. 나는 빨리 앨범을 내 달라고 했고 남편은 안이하게 내는 것보다 안내는 것이 옳다고 주장했다. 그 때 너무 답답해 내가 상품으로 가치가 없어졌나 고민하기도 했다. 이어 소속사를 옮겨달라고 주장도 했었다.

★트로트퀸? 장윤정이 있어 내가 더 돋보이지요

-장윤정, 뚜띠 등 최근 활동하는 신세대 트로트 가수들에게 쓴소리를 한 적이 있는데.

▶이들의 노래를 '코믹송'이라 말한 적이 있다. 이런 말에 마음을 다친 후배들도 있는 것 같다. 내가 말한 코믹은 너무 말초적으로만 노래를 부르지 말라는 의미다. 선배의 충고로 받아들여 줬으면 좋겠다.

-'트로트퀸'이란 호칭이 최근 주현미에서 장윤정으로 넘어갔는데.

▶장윤정이 훌륭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실력있는 후배들이 나와야 트로트가 계속 이어질 수 있다. 또 장윤정이 있어 주현미라는 존재도 인정 받을 수 있는 것 같다.

-앞으로의 활동 계획은.

▶꾸준히 무대에 설 것이고 가정에도 좀 더 집중해야 겠다. 그 동안 가수를 하면서 하고 싶은 것을 모두 해 본 만큼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 의지는 없다. 다만 팬들의 사랑이 오래 지속될 수 있도록 신곡 발표나 공연을 통해 좋은 노래를 많이 들려 드릴 생각이다.

(스포츠조선 이정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