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팔입고 일해요" 아이스링크 안전요원도 피서와 일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아르바이트 자리다. 4일 오후 서울 잠실 롯데월드 아이스링크에서 한 안전요원이 넘어진 아이를 일으켜 세우고 있다.

"삐익- 조금씩 바깥쪽으로 타주세요."

30도를 웃도는 무더운 4일 서울 잠실 롯데월드 아이스링크. 안전요원 아르바이트를 하는 류성준(19·경희대 체육학부 1)씨는 이 더위에 긴 팔 점퍼차림이다. 꽁꽁 언 링크장 빙판은 영하 11~12도, 링크장 주변은 영상 5~10도로 민소매는 추위를 느낀다.

"아침 10시부터 밤 9시까지 여기서 일하다 보면 지금이 여름인지도 모르겠어요." 김씨는 "이번 여름방학은 시원하게 즐기면서 일하고 싶었다"며 "원서를 내고 보름을 기다려 얻은 여름 최고의 아르바이트 자리"라고 말했다.

방학을 맞은 대학생들 사이에서 '피서(避暑)와 일'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아르바이트 자리가 인기다. 아이스링크의 경우 '명당' 아르바이트인 만큼 경쟁률도 치열했다. 대학교 방학이 시작한 7월 초 30명 모집에 120명이 몰렸다. 지원자 중 대학생이 80%나 된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뽑힌 대학생은 18명. 롯데월드 스포츠팀 정교식 계장은 "아이스스케이트를 포함해서 스포츠를 좋아하고 밝은 성격과 봉사정신을 가진 학생들을 우선적으로 뽑았다"고 말했다.

영하 5도 얼음주점 4일 오후 얼음으로 사방이 둘러진 홍대 인근 아이스 바(Ice Bar)에서 한 직원이 추운 듯 귀를 감싸고 있다. 이 주점의 내부 온도는 영하 5도.

사방이 얼음으로 둘러싸인 '여름 속 천국'에서 일하는 학생들도 있다. 홍익대 앞 아이스바(Ice Bar) '서브제로'(Sub Zero). 길이 1m 가로 50cm 두께 25cm 얼음 벽돌 400장을 채워 넣어 한여름에도 영하 5도를 유지하는 국내 최초의 아이스바다. 얼음을 갈아 만든 하얀 눈을 사각사각 밟고 들어가 얼음 의자에 앉아 칵테일을 마실 수 있는 곳이다. 직원 6명 중 4명이 대학생. 250 대 1 경쟁을 뚫고 '행운을 잡은' 학생들이다. 모두 두툼한 겨울파카, 털부츠, 털모자로 무장을 했다. "아, 추워라." 손님들을 바 내부로 안내하고 나온 아르바이트생 문석현(20·상명대 경영학과 2)씨가 빨갛게 언 얼굴을 부르르 떤다. "처음 들어가면 정말 시원하지만 30분만 지나면 도저히 추워서 견딜 수가 없어요." 문씨는 "여러 아르바이트를 많이 해봤는데 이번 방학만큼은 시원한 곳에서 특별한 일을 하고 싶었다"며 "평소 땀도 많고 여름을 많이 타는데 한겨울 분위기에서 일할 수 있어 너무 좋다"고 말했다.

방학이 되면 영화보조촬영 아르바이트 중에서도 '클럽신'(club scene·나이트클럽 촬영 장면) 신청이 두 배로 늘어난다. 에어컨 빵빵한 나이트클럽에서 춤추면서 학기 중의 스트레스도 날려버릴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방학이 시작하자마자 영화보조출연업체에 지원해 클럽신 보조출연을 했다는 여대생 성모(23)씨는 "시원한 클럽에서 친구들과 함께 일한 것이 바로 여름 피서법"이라며 "즐기면서 용돈도 버니까 일석이조"라고 말했다. 영화보조출연업체의 한 관계자는 "7월 초 대학생 지원자가 두 배로 늘었다"며 "즐기면서 일해야 하는 클럽신엔 발랄하고 적극적인 대학생들이 적합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