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장한 체격에 단정하면서도 자기 세계가 분명해보이는 마스크. 어찌 보면 공부 좀 했을 것 같고 어찌 보면 놀았을 것 같기도 한 분위기….
박건형. 이 남자의 뚝방전설이 궁금하다. 몇달간 영화 '뚝방전설'을 찍으며 학군을 통일하고 뚝방을 제패하는 '남자들의 로망' 박정권이라는 인물에 푹 빠져 있다.
이제 막 자연인으로 돌아온 새로운 액션스타 박건형을 만났다.
★…박건형, 액션영화의 바다를 발견하다?
'뚝방전설'은 고교 때부터 20대 중반까지의 남자들의 성장기. 수컷들의 유치하지만 순간은 너무도 치열한 학창시절의 초상화를 그린 영화다. 대전 천안 군산 전주 등 전국의 뚝방들을 찾아다니며 촬영했으며 얼마전 크랭크업했다고.
"남자들이라면 누구든 나만의 아지트가 있을 것 같아요. 당구장이나 롤러장일 수도 있고, 동네 한 켠일 수도 있고, 학교 후미진 계단일 수도 있겠죠. 그 뚝방을 제패했던 친구가 이를테면 박정권인 셈이에요. 많은 관객들이 이 영화의 정권을 통해 학창시절 못다한 꿈을 대리만족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봅니다."
박건형 또한 학창시절 무리와 어울려다닌 경험이 있다고 고백. 실제로는 영화 속 정권 보다는 오히려 이천희가 연기한 성현이라는 인물에 가까웠단다. "사회성이 좋은 편이라 전교 1등부터 꼴등까지 두루 친하게 지냈죠. 당시로는 불법집회장소인 당구장에서 놀다 선생님들께 걸려 두드려맞은 기억도 많아요." 만만치 않은 '주먹의 추억'도 갖고 있다. 도망가다 붙잡히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붙은 것이지만 17대 3으로 싸운 경험이 있다고. 또 군 입대 전에는 혼자서 괜히 시비거는 일당 6명과 맞짱을 뜬 적도 있단다.
고교생 신분으로 연애라는 것도 했었다고. 당시 유명 미대를 다니는 누나였는데 삼수생이라고 속이고 만나 학교 내에서 많은 친구들의 부러움을 샀었다고 반추한다.
알고보니 만만치 않은 뚝방전설을 갖고 있는 박건형. 돌이켜보면 그런 추억이 없이 무슨 낙으로 살았을까 싶단다.
"고등학교 때는 사실 행동을 하면서도 그에 대한 책임을 생각하기가 힘들죠. 그래서 더욱 거침없이 다니는 거구요. 그런 것들이 나이 들어서는 정리가 되고 추억이 되는 것 같아요. 그 경험들을 살려서 연기를 할 수 있어 기쁩니다."
★…박건형, 이 배우가 연기하는 법!
뮤지컬 '토요일 밤의 열기'와 영화 '댄서의 순정'으로 높은 대중적 인기를 확보한 상황. 그러나 나 보다 주변을 챙기는 세심한 마음 씀씀이가 여느 스타들과 많이 다르다는 칭찬이 들린다. "뜨기 전에 엑스트라도 해 봤고 스태프로도 일해봤기 대문인 지 연기자 이외의 사람들에게 자꾸 신경이 쓰인다"는 고백.
"튀는 건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어울리는 건 쉽지 않은 일"이라는 마음가짐으로 연기에 임하다보니 매 작품 할 때마다 패밀리 숫자가 늘어난다. '토요일 밤의 열기' 때의 성지루를 시작으로 'DMZ, 비무장 지대' 때는 정은표, '댄서의 순정' 때는 박원상, '뚝방전설'에서는 이천희와 오달수와 각별히 친해졌다. 이천희와는 서울예대 동기로 복학 이후 친해졌는데 이번에 작품까지 같이 하면서 더욱 단짝이 된 경우. "얼마전에 친구의 생일을 맞아 집에서 삼겹살 파티를 열어줬는데 그 자리에 (이)천희도 왔었다"는 말에서 평소 친구들을 어떤 스타일로 챙기는 지 그림이 그려진다. 학교 졸업 연극 때 자신은 준비하다 힘들어 밖에서 친구들 불러 야구하고 노는데 (이)천희는 혼자 땀 뻘뻘흘리며 세트 작업하면서 얘들아 도와줘~하던 친구라며 덕담까지 곁들인다.
현재의 목표는 여름내내 쉬면서 제트스키 강사 자격증에 도전하는 것. 전국 곳곳을 계획 없이 돌아다니며 맛있는 음식 먹고 소주로 링거 맞는 배낭 여행도 계획중이다.
★…자연인 박건형의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매력들
질문을 하나 던지면 예 아니오만 말하거나 심지어 노코멘트하는 배우들도 많은데 박건형은 친구와 말잇기 하듯 도란도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해준다. 이를테면, 본격적인 불볕더위가 시작됐는데 여름을 좋아하느냐고 물으니 겨울 얘기와 군 문제까지 확산해 대답하는 식.
"여름 싫어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저는 여름을 좋아하고 겨울을 싫어해요. 움츠리고 어깨가 뻐근한 게 싫잖아요. 군대에서의 겨울에 대한 기억이 너무 추워서 더 그런 것 같아요. 군대에 대한 스트레스가 있어서 더 그랬겠죠. 세상이 다 끝난 느낌. 갇혀 있다는 게 답답하고 폭발할 것 같고. 그 시간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건 아니지만 스스로 돌아볼 기회는 되는 것 같아요. 우리가 엄마 뱃 속의 기억은 없지만 그때 얻은 영양분이 밑천이 돼 살아가듯, 뭐 군대의 추억도 그런 것 같기도 하고…."
문득 이 매력 넘치는 남자 배우의 여자 친구가 궁금해진다. 여친이 있냐고 물으니 없다는 말과 함께 "아직 장가갈 마음은 없지만 운명이 찾아온다면 거부할 생각은 없다"고 덧붙인다.
또 예나 지금이나 이상형이라는 건 따로 없다며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곧 이상형이 되는 것 아니냐고 반문. "센스 있고 일 잘하는 여자 등 여러가지 포인트가 있을텐데 가슴이 따뜻한 사람을 만나고 싶다는 소망은 있어요. 다른 건 학습이 가능하지만 따뜻함은 배우기가 힘들잖아요."
신문사에서 정색하고 진행한 인터뷰였건만, 마치 타닥타닥 비 내리는 시골 별장에서 타닥타닥 벽난로를 앞에두고 도란도란 차라도 한 잔 하며 얘기하는 기분이다. 일로 만난 만큼 일 얘기만 하는 배우도 장점은 있지만 일로 만났음에도 불구, 자신의 속살을 솔직히 따듯하게 드러내는 이런 배우의 매력에 비할 수는 없는 일인 것 같다.
(스포츠조선 정경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