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숙인 대전과 수원이 22일 일전을 앞두고 일촉즉발의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2001년 6월 수원과 대전의 경기 도중 대전의 한 팬이 경기장에 난입하자 경호 요원들에 의해 끌려나오고 있다.

"최악의 경우 선수들의 운동장 출입을 막을 수도 있습니다. 경찰병력 지원을 요청해야 할 것 같은데…."

20일 밤, 대전구단 회의실에는 긴장감이 흘렀다. '이관우의 수원 이적'과 관련된 대책회의였다. 결국 회의는 날을 넘겼다.

과연 대전팬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최악의 경우 어떻게 대비해야 할 지가 난제였다. 그러잖아도 대전과 수원 서포터스는 충돌이 잦았던 '앙숙'. 뜻밖의 사태로 발전할 수 있다는 우려에 관계자들은 초조했다. 한마디로 '폭풍전야'였다.

대책회의는 이관우의 훈련거부 사태로 급히 소집됐다. 최근 대전이 수원과 이관우의 이적에 합의했다가 철회하자 그는 이날 훈련장에 나타나지 않았다. 그는 "처음에 나도 몰래 협상을 진행해 놓고, 선수를 장난감처럼 저울질할 수 있습니까"라며 반발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대전은 다시 이적을 논의했다. 하지만 문제는 팬들이었다. 대전의 스타 이관우가 수원으로 갈 경우 팬들의 분노는 불을 보듯 뻔했다. 지난 2001년 대전 서포터스가 수원과의 경기 뒤 수원 서포터스와 충돌, 쇠파이프를 휘두르며 수원구장 기물을 파손하는 사태도 있었기에 문제는 심각했다. 당시 양쪽 서포터스 회장은 구속됐다.

"최악의 경우 수원 선수들의 운동장 출입을 막는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습니다." "만일에 대비해 경찰 병력을 요청해야 할 것 같습니다." 관계자들의 발언은 사태의 심각성을 느끼게 했다. 이같은 분위기는 원정에 나서는 수원도 마찬가지다. 수원측은 "우리도 자체적으로 경찰 병력을 요청할 것"이라며 "운동장에 수원 서포터스의 자리를 별도로 차단시켜 달라고 대전에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러잖아도 대전 징크스에 시달리고 있는데…"라고 했다. 걱정스런 표정이 역력했다. 수원은 지난 2003년 5월 4일 0대2로 진 뒤 대전에 11경기 무승을 기록중이다. 성적은 6무5패다.

대전과 수원은 22일 오후 7시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경기를 벌인다. 지금 그 곳은 '폭풍전야'다.

(스포츠조선 신보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