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회가 2006 독일월드컵축구 16강 진출에 실패한 아드보카트호의 전술과 전지훈련, 선수 기용 등에 대해 처음으로 자체 평가를 내놓았다.

다음은 이 위원장을 비롯한 기술위원들과의 간담회 전문.

□이영무 위원장 모두 발언

대표팀을 성원해준 국민들과 팬들에게 독일월드컵에서 16강에 오르지 못한 것에 대해 죄송스럽게 생각한다. 그 당시엔 아쉬움이 있다는 정도였는데 요즘 아쉬움이 너무 진해 밤에 잠이 잘 오지 않는다. 모든 선수들이 잘 싸웠고 최선을 다해 1승1무1패로 32개국 가운데 17위를 하면서 희망을 봤다고 생각한다. 지난 주 기술위원회를 열어 독일월드컵을 평가했다. 내달 중순까지는 독일월드컵대회에 대한 전체 평가보고서를 만들어서 일선 지도자에게 보급하고 CD 동영상도 만들 계획이다.

□조별리그 경기별 분석

토고전 전반에 부진했던 이유는 선수들이 꼭 이겨야 한다는 심리적 압박에서 오는 긴장감과 3-4-3 시스템으로의 변화가 원인이었다. 상대의 강한 압박과 중앙 수비수의 위치 선정 잘못으로 먼저 실점하면서 고전했다. 후반전엔 전술 변화가 있어서 선전할 수 있었다. 선수 교체 타이밍도 좋았다. 4-3-3 포메이션으로 바꿔 중앙을 장악하고 세트플레이도 좋았다. 아쉬운 점은 상대 퇴장을 이용한 다득점 기회를 놓친 것이다.

프랑스전 때도 전반엔 부진했다. 상대의 강한 압박으로 패싱연결이 잘 안됐다. 초반 실점으로 수비가 흔들렸고 공격의 단조로움이 문제였다. 포워드의 볼 키핑이 안좋았다. 후반전엔 선수 교체와 전술 변화로 중앙을 지배하면서 상대를 압박하고 세밀한 패스와 공간침투가 살아나서 동점골을 넣을 수 있었다.

스위스전에선 전후반 모든 선수들이 선전했다. 꼭 이겨야 하는 경기였기 때문에 초반부터 강한 정신력과 체력적으로 경기를 지배했다. 조급한 마음에 미드필드를 거치지 않는 패스로 단조로운 경기를 했다. 조재진이 제공권에서 우위를 보였지만 측면 돌파가 이뤄지지 못했고, 상대의 세트플레이를 막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스위스의 세트 플레이가 강하고 정확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주의를 강조했는데 필리페 센데로스의 힘과 높이를 막지 못하고 실점했다.

□대표팀 포지션별 평가

수비에서는 상대와의 몸싸움이나 투지가 정말 좋았다. 최진철은 부상 중에도 투혼을 발휘했다. 그러나 수비가 안정적이지 못했고 실수가 몇 차례 있었다. 지역 방어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다.

미드필더는 수비 때 압박과 몸싸움은 좋았다. 하지만 공격 가담이 늦었고 빠른 패스가 부족했다. 공격수들은 후반엔 강한 정신력과 체력을 바탕으로 한 움직임이 좋았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볼 키핑능력과 크로싱, 패싱, 결정력이 부족했다.

□독일월드컵에 나타난 세계축구의 흐름

이번 독일월드컵에서 느낀 점은 4강 진출 팀들의 경우 선수 전원이 공격과 수비 등에서 90분 내내 뿐만 아니라 연장전까지 부지런히 뛸 수 있는 체력을 갖고 있었다. 체력은 정신력에서도 나온다고 본다. 이탈리아가 그런 면에서 가장 강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우승했다고 본다. 스피드 있는 경기가 이번에 효과적이었다. 심지어 연장전에서도 공수 전환이 상당히 빨랐다. 볼이 빨리 움직이고 패싱도 빨랐다.

무엇보다도 기술적인 부분에서 선수들의 일대일 돌파가 강했다. 드리블, 볼키핑, 패싱, 슈팅도 정확했다. 전술적으로 특이한 것은 변화가 많이 있었다. 시스템의 변화에 있어서는 포백에 수비형 미드필더 2명, 공격형 미드필더 3명, 원톱을 놓는 4-2-3-1의 시스템이 주류였다. 4강 팀 중 독일을 빼고는 나머지 팀들은 이 시스템을 썼다. 유로 2000부터 원톱 시스템이 선보였다. 당시 프랑스가 우승했고, 4강에 오른 네덜란드, 포르투갈도 원톱이었다. 원톱을 놓으면 공간이 많이 생기고 침투할 여지가 많아진다. 미드필드를 강화하는 시스템이기도 하다. 미드필더들도각 포지션마다 임무가 달랐다. 포백의 양 풀백이 공격적으로 나갈 때 수비형 미드필더가 자연스럽게 커버플레이를 하는 전술이 좋았다.

강팀들은 각 나라마다의 색깔에 맞는 전술을 구사했다고 생각한다. 결승전에 오른 프랑스와 이탈리아는 수비와 공격의 폭이 항상 25∼30m를 유지했다. 체력이 뒷받침도 됐지만 이것이 브라질을 꺾는 승인이 됐다. 프랑스가 공수 폭을 유지했기 때문에 브라질이 공간 침투를 하지 못했다. 경기 운영 능력도 뛰어났다. 우선 수비를 강화하는 전술이 있었기 때문에 다른 대회보다 골은 많이 나지 않았지만 전력이 강했다. 브라질이 패한 이유는 화려한 개인기가 있었지만 프랑스의 조직력에 무릎을 꿇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대한민국은 체력과 정신력, 국가관, 사명감이 어느 나라보다 강했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부족한 것은 기술적인 부분과 스피드이다. 좁은 공간에서의 기술을 터득하기 위해서는 유소년부터 20∼30m의 좁은 공간에서 모든 패스와 기술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전술적인 이해도 부족하지만 기술을 끌어 올리는 데 힘써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번 대회가 유럽에서 열렸기 때문에 유럽이 강세라고 생각하지만 체력, 스피드, 기술, 전술 등에서 이탈리아와 프랑스가 강했기 때문에 두 팀이 결승에 갈 수 있었다. 이탈리아 선수들의 눈빛을 보면 다른 나라 선수들과는 달랐다. 특히 국가 연주 때 그런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우리도 중장기 계획을 세워야 한다는 게 기술위원들의 일치된 의견이었다. 내달 중순 기술위원들이 다시 모여 세미나를 하기 전까지 위원들이 시스템과 전술에 대해서 자세히 분석할 것이다. 나(이 위원장)와 최경식 위원이 시스템을 연구한다. 수비 전술은 이상엽 안익수 위원이,미드필더는 신현호 하재훈 위원이,공격 전술은 김주성 강영철 위원이 각각 맡는다. 이번 독일월드컵의 포지션별 전력과 잘 한 선수들의 동영상을 만들 계획이다. 기술위는 국가대표도 돕고 유소년과 국내지도자들을 돕는 일에도 힘을 쓸 것이다. 세트플레이와 골키퍼에 대한 부분도 전 경기에 걸쳐 준비할 것이다.

□“조별리그 상대팀 분석 대체로 잘 됐다.”

-월드컵 대회전에 기술위원회가 실시한 상대팀에 대한 분석이 실제 경기에서 어느 정도 적중했다고 보는가.

▷(최경식 위원) 스위스의 경우 예상 멤버 11명 중 10명이 나왔다. 토고의 경우도 1월초 프랑스와 튀니지에 가서 평가전을 봤다. 토고는 정확히 판단하기엔 힘들었다. 프랑스도 본선 경기 전까지는 내홍을 겪으면서 힘든 부분이 있었다. 프랑스는 예선 3경기를 하면서 분위기가 상승했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분석한 대로 상대팀들이 나왔다고 생각한다.

스위스전은 우리 수비가 불안했지만 상대의 강점인 세트피스에서의 득점력을 대비했다. 그러나 높이와 힘의 축구에 밀렸다. 최진철은 뒤로 밀려나면서 헤딩을 했고 반면 센데로스는 나가면서 헤딩을 해서 아쉬웠다. 전반적으로 상대팀에 대한 분석은 잘했고 아드보카트 감독에게 많은 정보를 줬다고 생각한다. 토고는 쿠바자와 아데바요르가 투톱으로 나온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6개월 훈련한 포백을 스리백으로 바꿨다고 생각한다. 메이저대회에 첫 출전한 선수들도 있었고,포백에서 스리백으로 전환하면서 선수들이 당황한 면도 있었다.

□“월드컵 전 전지훈련지 선택 문제없었다.”

-대회 전 실시한 전지훈련이나 컨디션 조절은 적절했나.

▷모든 것은 토고전에 100%를 맞췄다. 토고를 1승의 제물로 삼았다. 훈련이나 평가전 일정 등을 보면 우리의 축구문화와 유럽의 축구문화에 차이가 있다. 유럽 선수들은 경기 후 바로 샤워하고 돌아오지만,우리 선수들은 하루 쉰 뒤 돌아오면서 체력을 보강하는 게 좋다. 그런 것이 축구문화의 차이라고 본다. 전지훈련 지역은 좋았다고 생각한다. 기온이 좀 낮았지만 훈련에 집중할 수 있는 장소였고,공기도 맑고 선수들의 피로도 빨리 회복됐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토고전에 맞춰 일정 조절을 했다고 생각한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유럽 방식을 택했다. 최고의 컨디션으로 경기에 임했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한 것 아닌가라는 질문인데 일단 장소가 유럽이기 때문에 2002년과는 분명히 다른 정신과 긴장감으로 경기에 임했을 것이다. 선수들의 컨디션을 100%로 이끌어낸다는 것은 누구도 할 수 없는 것이다.

□“토고전 스리백 전환 선수들 당황됐을 것.”

-아드보카트 감독의 전술 운용이나 선수 기용에 실책은 없었나.

▷(이 위원장) 토고전 때 3-4-3으로 변화를 생각했다면 평가전 때 한 번 정도는 3-4-3으로 했어야 했다는 생각은 있다. 그러나 우리 선수들은 스리백에 대해서 익숙하고 장점들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늘 포백으로 훈련하다가 스리백으로 바뀌었을 때 선수들이 플레이적인 면에서 경직될 수도 있을 것이다.

▷(최경식 위원) 축구는 상대성이다. 축구는 상대에 맞춰야 한다. 토고전 때 우리 선수들이 스리백에서 공격으로 전환할 때 미드필드를 거치지 않고 롱킥으로 나갔다. 그래서 우리 경기가 힘들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후반전에는 전술 변화도 있었고,그래서 역전승으로 갈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이 위원장) 내가 아드보카트 감독이었다고 가정한다면 아드보카트 감독은 아마 이런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가나전에서 포백으로 체력이 떨어져 무너질 때 토고의 쿠바자와 아데바요르가 빠른 공격수이기 때문에 포백이 불안하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전반전에 수비 위주로 하다보니까 힘들었다. 이호 선수도 계속 불안했다.

□“이을용 체력 안돼, 이호에 밀려.”

-당초 공언과는 달리 아드보카트 감독은 유럽파를 활용하지 않았는데.

▷(이 위원장) 상당히 어려운 질문이다. 연습 때는 안정환이 스타팅으로 나올 것으로 생각했다. 그것은 사람에 따라 생각의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첫 번째는 안정환이 선발로 나오고 게임이 안풀릴 경우 조재진이 나오는 안, 두 번째는 처음엔 몸싸움이 치열하니까 조재진이 나가고 후반에 공간이 나올 때 안정환을 기용하는 방안이 있을 수 있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후자를 선택했다고 본다. 이호와 이을용도 마찬가지다. 이을용은 패싱,볼키핑,머리도 좋고 경험도 있다. 하지만 수비형 미드필더는 강한 몸싸움과 경기를 지배하고 압박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을 것이고 아드보카트 감독은 그런 면에서 이호가 이을용보다 낫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대회 중 전술적으로 잘못된 것에 대해 코칭스태프에게 의견을 전달한 적이 있나.

▷(이 위원장) 난 그러고 싶지는 않았다. 토고전을 보면 1승을 해야된다는 게 우선이었던 것 같다. 결과론적으로는 우리가 그 때 밀어부쳐서 한 골을 더 넣었다면 스위스전에서 비기만해도 되는 유리한 경기를 할 수도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 때는 승리하는 데 중점을 뒀다.

▷(신현호 위원) 정말 아쉬운 것은 상대가 한 명 퇴장당한 상황이었는데 프리킥까지 뒤로 돌려야 하나라는 생각을 했다. 그 상황에선 아드보카트 감독도 생각이 복잡했을 것이다. 이것 때문에 분명히 마지막에 아쉬움이 남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 때 상황을 놓고 감독이 잘했느냐고 묻는다면 나는 아드보카트 감독이 잘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대회기간이나 대회 후 아드보카트 감독과 얘기를 나눈 적이 있다.

▷(이 위원장) 아드보카트 감독과 좋은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박주영은 스위스전을 앞두고 컨디션은 좋았다. 박주영을 한 번 기용을 하긴 해야 한다고 생가했을 것이다. 박주영이 박지성을 중앙에 둘 때는 훈련 때 플레이가 좋았다. 그런데 박지성을 측면으로 빼니까 박주영이 훈련할 때 자신감이 떨어져 보였다.

□“아드보카트 감독 9개월 짧은 시간 치고는 잘했다.”

-종합적인 평가를 한다면 아드보카트 감독의 영입은 성공인가 실패인가.

▷(최경식 위원) 다음에 토고를 만난다면 1승을 위한 경기를 하지는 않을 것이다. 승점 4점을 따고도 16강에 우리처럼 못간 경우도 있고 멕시코나 호주처럼 간 경우도 있다.

▷(이 위원장) 그동안 아드보카트 감독을 옆에서 지켜봤다. 9개월이라는 시간은 사실 너무 짧았다. 아무리 못해도 2년은 시간을 줘야 한다. 축구는 팀워크가 중요하다. 선수들이 감독의 눈빛만 봐도 뭘 의미하는 지 알아차려야 한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9개월이라는 짧은 기간 치고는 잘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모든 상황을 긍정적으로 봤다.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시간이 없어서 그랬겠지만 우리 선수들은 전술에 있어서 경기 운영능력이 유럽 선수들에 비해 부족했다. 유럽 선수들은 공수에서 자신의 임무를 잘 안다. 유럽 선수들은 오늘 모여서 내일 모레 경기를 해도 무리가 없다. 이영표 박지성으로부터 그런 얘기를 들었다. 유럽에선 어린 아이들도 경기를 풀어가는 능력이 몸에 배어 있는 것 같다. 미국 전지훈련 때는 경기를 풀어가는 훈련을 세밀하게 했다. 그러나 월드컵 개막 직전 훈련에선 그런 세밀한 훈련이 부족했고 그래서 아쉬웠다.

□“한국 선수 기술 부족한 것은 우리 책임.”

-선수들의 기술을 끌어 올려야 한다고 했는데 수석코치였던 베어백 감독이 선임된 것은 적절하다고 보나.

▷(신현호 위원) 기술의 문제는 감독이 하는 것은 5%나 10%도 안된다. 기술의 문제는 감독이 하는 것이 아니다. 결국 외국인 감독이라고 하면 시간을 줘야 한다. 한국 선수를 한국 감독이 맡아도 파악하는 데 3∼4년이 걸린다. 그런데 베어벡 감독은 한국을 가장 잘 알고 히딩크 아드보카트 감독 밑에서 많이 배웠다. 그리고 지금은 월드컵 시기도 아니다. 아드보카트 감독이 가장 잘한 것은 베어벡 코치를 데려 온 것이다. 선수들 기술이 부족한 것은 우리가 잘못 가르친 것이다. 그것을 외국인 감독에게 말하는 것은 너무 가혹하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