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울로 코엘료

‘연금술사’의 작가 파울로 코엘료는 자아의 전설을 찾아가는 길 위에 항상 서있다. 코엘료는 최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블라디보스토크까지 시베리아 횡단 열차로 가면서 전세계 각지에서 온 영혼의 동반자들을 만나 소중한 깨달음의 순간을 교환했다. 60개 언어로 번역돼 모두 8600만부나 팔린 코엘료 문학이 문명의 경계를 관통해왔다면, 이번엔 코엘료 스스로 대륙을 건너는 여정 속에서 삶의 지혜를 기록했다. 그가 길 위에서 영혼의 빛을 반짝이며 쓴 에세이 4편을 조선일보 독자들께 띄운다.

흔들림 때문에 기차에서 글을 쓰는 건 불가능합니다. 대신 여러 기차역에서 독자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들의 눈빛과 함께 나눈 몇 마디 말에서 저는 많은 것을 배웁니다. 어떤 이들은 내게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하고, 어떤 이들은 그들이 사는 도시와 지역에 관해 말하기도 합니다.

믿기지 않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행복을 두려워합니다. 그들에게 참된 인생을 접하는 것은 모든 습관을 바꾸고, 정체성을 잃게 됨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종종 우리는 우리에게 일어나는 좋은 일들을 쓸모 없는 것으로 여깁니다. 기적을 겪는 것이 우리가 신에게 얼마나 큰 빚을 지고 있는가를 떠올리게 하기에 우리는 기적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습니다. 게다가 행복에 '익숙해지게 되는 것'을 두려워하기도 합니다.

인간은 에덴 동산에서 '익숙해진 행복'을 스스로 차버린 적이 있답니다. 기차에서 모로코 사람을 만났는데, 그는 사막의 한 부족에 전해지는 원죄에 관한 기이한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이브가 에덴동산을 거닐고 있는데 뱀이 다가와 말했습니다.

"이 사과를 먹어봐"

신에게 가르침을 받은 대로 이브는 거절했습니다. 그러자 뱀이 우겼습니다.

"먹어보라니까. 그래야 네 남자의 눈에 네가 예뻐 보일 수 있어."

이브가 대답했습니다.

"그럴 필요 없어. 그에겐 나 말고 다른 여자가 없으니까."

뱀이 비웃었습니다.

"정말 그럴까?"

뱀은 믿으려 하지 않는 이브를 데리고 우물이 있는 언덕 꼭대기로 갔습니다.

"이 우물 안에 그 여자가 있어. 아담이 여기에 숨겨두었거든."

이브는 허리를 굽혀 우물을 들여다보았습니다. 그리고 우물물에 비친 아리따운 여자를 보았습니다. 그녀는 즉시 뱀이 권한 사과를 먹었습니다.

부족의 전설에 따르면, 우물에 비친 자신을 인식하고 더 이상 자기 자신을 두려워하지 않는 이는 다시 낙원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합니다.

한 사람은 제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당신은 지금 당신이 어디에 있는지 정확히 알고 있나요? 당신은 많은 이들과 함께 기차역에 있지요. 그리고 바로 지금 이 순간은 당신이 가슴속에 품고 있는 희망과 절망을 이 사람들과 함께 나눌 수 있는 좋은 기회이고요. 더 나아가볼까요? 당신은 하나의 둥근 공에 그려진 작디작은 점이에요. 이 공은 다른 공의 주위를 돌며, 비슷한 다른 수백만 개의 공들과 마찬가지로 은하계의 한 귀퉁이에 자리해 있어요. 이 은하계는 거대한 별무리가 들어찬 우주의 일부분이지요. 우주가 어디서 시작되고 어디서 끝나는지 아무도 모르고요.

그렇다 해도, 이 여행에서 지쳐 스스로를 포기해선 안 되겠죠. 사랑을 위해 투쟁하고, 노력하고, 나아지고, 꿈꾸고, 행복해하거나 슬퍼할 수 있어야 하죠. 당신이 살아 있지 않다면 우주는 무언가를 상실한 것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