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누가 우리 보고 불협화음이래?"</b> 이날 결승골이 된 페널티킥을 얻어낸 앙리와 키커로 나섰던 지단(왼쪽부터)이 경기 종료 뒤 기쁨을 나누고 있다.

프랑스 국민들로서는 기쁨 두배다. 프랑스가 이번 독일월드컵 결승에 오른 게 첫 번째 기쁨.

그리고 결승골이 오매불망 그리던 앙리와 지단의 합작품이었다는 게 두 번째였다.

앙리가 페널티킥을 얻고 지단이 넣었다. 골을 넣은 뒤 지단과 앙리가 함께 기뻐하며 얼싸안는 모습은 프랑스 축구의 진정한 힘을 느낄 수 있는 장면이었다.

이번 월드컵을 앞두고 프랑스의 딜레마는 명확했다. 최전방 공격수인 앙리와 공격형 미드필더 지단은 자신의 포지션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운 선수들. 하지만 문제는 프랑스 대표팀에 함께 뛰면서 발생했다. 좀처럼 두 선수의 환상적인 호흡을 볼 수 없었던 것.

앙리는 소속팀 아스널에서 세계적인 공격수였지만, 대표팀에서는 좀처럼 맹활약을 펼치지 못했다. 지단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었다. '아스널에서는 앙리 중심으로 팀이 돌아가지만, 프랑스 대표팀에서는 지단 중심으로 패턴이 구성된다'는 것이 그 이유.

엎친데 덮친 격으로 G조 예선에서 지단은 급격히 노쇠화된 모습을 보이며 프랑스는 16강 진출을 걱정해야 하는 곤궁한 처지에 몰리기도 했다.

그러나 역시 그들은 달랐다. 경기를 치르면서 결정적인 순간에 절묘한 호흡을 과시하기 시작했다. 스페인과의 16강전에서 조별 예선때보다 훨씬 좋은 궁합을 보이더니 8강전에서는 최강 브라질을 격침시키는 결승골을 합작했다. 지단의 프리킥을 앙리가 골로 연결시킨 것.

그리고 포르투갈과의 4강전에서 이들의 호흡은 척척 맞아떨어졌다. 중원을 지휘하던 지단이 상대진영으로 쇄도하는 앙리에게 패스하는 좋은 모습을 여러차례 보였다. 그리고 결국 2경기 연속 결승골까지 합작했다.

파레이라 브라질 감독이나 스콜라리 포르투갈 감독은 경기에서 진 뒤 이구동성으로 "프랑스의 승리를 인정한다"고 말했다. 앙리와 지단이 함께하는 프랑스는 더 이상 '늙은 수탉'이라는 놀림의 대상이 아니었다. 정말 무섭게 변해있었다.

프랑스는 결승에서 이탈리아를 만난다. 프랑스 국민들은 월드컵 우승을 확신하고 있다. 지단과 앙리가 확실히 부활했기 때문이다.

(스포츠조선 류동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