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육사 교장은 영문을 몰랐다. 그렇게 잔소리를 해도 지저분하던 중국 생도용 화장실이 갑자기 깨끗해진 것이다. 교장은 새벽 화장실을 몰래 지켰다. 한 학생이 대야에 걸레와 비누를 들고 와 청소를 시작했다. 1907년 일본에 유학간 장제스(蔣介石)였다. 교장이 이유를 묻자 장제스가 말했다. "사람들이 중국 화장실이 제일 더럽다고 놀려댑니다. 조국의 명예를 위해 하는 청소입니다."
▶런던대 경제학 박사 슈리먼이 간디에게 배우겠다며 인도에 왔다. 간디는 화장실 청소를 시켰다. 슈리먼이 따졌다. "왜 이런 일로 제 시간과 재능을 낭비시킵니까." 간디가 말했다. "나는 당신이 작은 일도 할 수 있는지 알고 싶은 거요." 간디 스스로 "자기 배설물은 자기가 치워야 한다"며 매일 화장실 청소를 했다.
▶학교에서 벌칙으로 화장실 청소를 시키는 게 우리네만은 아니다. 대만에선 표준어 대신 토속어인 민남어를 쓰다 들킨 학생에게 '옐로카드'를 주기도 했다. 다섯 장이 쌓이면 화장실 청소를 해야 했다. 미국에도 학생들이 잘못하면 화장실 봉사를 시키는 학교들이 있다. 화장실을 함부로 쓰는 사람들을 일깨우기 위해 청소원들은 묘안을 짜낸다. '남자가 흘리지 말아야 할 것은 눈물만이 아니다'는 한때 날렸던 맥주 광고 카피다. 이 카피는 원래 한 빌딩의 청소 아줌마가 소변기 앞에 붙여 놓았던 문구다. 소변기 구멍 바로 옆에 파리나 딱정벌레를 그려 넣기도 한다. 무심코 표적을 조준하는 남자의 심리를 이용한 것인데 효과 만점이라고 한다.
▶싱가포르가 일본의 화장실 청소 전문가 3명을 초청해 청소원들에게 교육을 시키기로 했다. 나흘 동안 새로운 청소도구 이용법과 화장실 디자인 등 강의를 들으면 '화장실 청소의 달인' 인증서를 주고 월급도 올려준다. 지난해 싱가포르에 세워진 '세계화장실대학'이 진행하는 프로그램이다. 이 대학 설립자 잭 심은 "화장실 청소도 전문화하고 청소원들도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올해 9월 모스크바에선 6회째 '세계화장실대회'(World Toilet Summit)가 열린다. 각국 대표가 화장실을 문화공간으로 만드는 방안을 토론하고 화장실 기기 신제품들도 선보인다. 우리도 깨끗한 화장실 가꾸기 운동을 벌써 여러 해 벌여 오지만 국제적인 화장실 경쟁에서 자칫 뒤처질지 모르겠다. '아름다운 화장실 대상(大賞)'을 줄 때 '화장실 청소의 달인'상도 곁들여 보는 게 어떨까.
(주용중 논설위원 midway@chosun.com)
입력 2006.07.03. 18:51업데이트 2006.07.04. 0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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