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와! 시청 앞 광장이 붉은 악마들 천지예요."
천지(天地). 어른아이 할것없이 자주 쓰는 말이지요. "아빠, 온 천지에 눈이 내려요" "꽃 속에 벌들이 천지네" 하면서요.
옛날 서당에서 가장 먼저 배우는 천자문(千字文) 에서도 '천지현황(天地玄黃)'이란 글자가 첫눈에 들어옵니다. 댕기머리 학동들이 입을 모아 "하늘 천" "따 지" 하고 읊는 모습, 자주 보았지요? 물론 '하늘'은 뜻이고 '천'은 읽는 소리입니다. '따(땅) 지'도 마찬가지입니다. '땅'을 '따'로 발음하는 것은 읽는 소리를 부드럽게 하기 위해서에요.
그렇다면 천지(天地)는 무슨 뜻일까요. 뜻말 그대로는 '하늘과 땅'이 되지만, 문맥에 따라 '무척 많다' '위와 아래에 가득하다'는 뜻도 됩니다. 하늘과 땅은 모든 만물을 덮어주고, 실어주지만 뽐내지 않지요. 인간이 살 수 있는 건 바로 이 대자연이 있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옛 어린이들은 '천지'라는 표현을 가장 먼저 배웠지요.
'천(天)'은 원래 하늘을 나타내는 글자는 아니었어요. 사람의 머리를 크게 강조한 것으로, '위·꼭대기'란 의미였지요. '하늘'은 이 의미가 확대된 것이에요. '지(地)'는 토(土)와 야(也)를 합쳐 만든 글자입니다. 토(土)는 평지이고, 야(也)는 뱀의 꾸불꾸불한 모양을 나타낸 것이지요. 지(地)는 바로 꾸불꾸불 이어진 땅을 의미합니다. 이처럼 한자는 어떤 모양을 본떠 글자를 만들기도 하고, 또 두 글자를 합쳐 하나의 글자를 만들기도 해요.
세계의 여러 나라 사람들은 다양한 글자를 사용하고 있어요. 크게 소리글자(表音文字)와 뜻글자(表意文字)로 나뉘는데, '소리글자'는 한글·영어처럼 발음 나는 대로 쓰는 것이고, '뜻글자'는 한자처럼 글자에 뜻이 담겨 있어서 한 글자, 혹은 두 글자만으로도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나타낼 수 있습니다. 중국에서 시(詩)가 발달한 것은 그 때문이에요.
(박동춘 과천서당 훈장)
입력 2006.06.22. 23:15
100자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