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어린 시절 '행운의 편지'를 받고 전전긍긍해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편지를 받은 아이들은 코웃음을 치면서도 '혹시나' 하는 불안감에 시달려야만 했다.

휴대폰을 소재로 신선함을 안겨줬던 영화 '착신아리' 시리즈의 완결판인 '착신아리 파이널'에서는 '행운의 메시지'를 중요한 키워드로 추가했다.

하지만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착신아리' 시리즈는 그냥 1편만 하고 끝내는 게 좋을 뻔 했다.

103분의 러닝타임을 잘 견뎌내는 데 성공하더라도 벨 소리만 귓전에 맴돌 뿐 딱히 남는 게 없다.

부산으로 수학여행을 온 에미리(구로키 메이사)는 한국인 친구 진우(장근석)를 만날 기쁨에 설레지만, 단짝이었던 아스카가 함께 못 온 게 마음에 걸린다.

한편, 다른 학생들은 수학여행의 흥분에 도취돼 떠들썩한데, 그 순간 누군가의 휴대폰이 불길하게 울린다. 미래의 시각으로 온 이 메시지는 발신자와 수신자가 같고, 받은 사람이 죽은 사진까지 첨부돼 있다.

처음에는 장난 정도로만 생각했던 학생들은 친구들의 죽음이 이어지자 불안감에 휩싸인다. 죽음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은 단 한가지. 자신에게 온 메시지를 다른 사람에게 전송하면 되는 것이다.

'착신아리 파이널'은 우리나라의 CJ 엔터테인먼트와 '링', '주온', '검은 물 밑에서' 등을 제작한 일본의 가도카와 헤럴드가 공동 제작한 작품이다.

이 때문에 영화의 70% 이상이 부산에서 촬영됐고, 호리키타 마키, 구로키 메이사 등 일본 배우들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배우인 장근석이 출연했다.

다분히 한-일 양국 관객을 모두 겨냥한 포석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오히려 어설프게 한-일 양국을 엮으려 하다 보니 엇박자가 난 느낌이다.

부산이라는 너무도 친숙한 풍경과 사투리 등이 '익숙한 장소에서 펼쳐지는 낯선 공포'를 표현해내기 보다는 '고음불가' 같은 이상한 화음을 빚어내고 말았다. 겁에 질린 학생의 모습 뒤에서 나오는 자갈치 시장 '할매'의 목소리는 분위기를 일순간 묘하게 만든다.

장근석이 뜬금없이 농아로 등장한 것 역시 맥 빠지게 하는 요소다. 물론 나름의 설정이 있긴 했지만, 그가 나오는 장면마다 흐르는 어색한 침묵은 그나마 고조됐던 긴장을 풀어놓기 딱 좋다.

긴박한 음악과 공포감에 질린 등장인물들의 비명소리가 이어지다가 '조용히' 진행되는 장근석과 에미리의 수화를 지켜보는 건 진기한 경험이 아닐 수 없다. 어쨌든 '색다른' 공포영화임에 틀림 없는 '착신아리 파이널'은 오는 22일 한-일 양국에서 개봉될 예정이다.

(스포츠조선 김천홍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