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조의 '전차 군단' 독일과 '남미의 복병' 에콰도르가 일찌감치 16강 진출을 확정했다. 독일은 15일 (한국시각) 폴란드를 1대0으로 격파했고, 에콰도르는 코스타리카를 3대0으로 눌러 나란히 2연승을 거뒀다. 승점 6점을 확보한 두 팀은 20일 베를린에서 조 1위 자리를 놓고 격돌한다. 폴란드와 코스타리카는 각각 2패를 기록하며 탈락했다.
독일과 폴란드의 경기가 열린 도르트문트 경기장. 전광판 시계는 후반 90분을 지나고 있었다. 폴란드 골문 앞의 미로슬라프 클로제가 솟구치며 헤딩 슛을 날렸지만 공은 크로스바를 맞고 튀어나왔다. 미하엘 발라크의 슛도 또다시 크로스바를 강타했다. "아, 안 되는가." 클린스만 감독이 머리를 쥐어뜯으며 탄식했다. 눈앞의 승리는 잡힐 듯 잡히지 않았다.
독일의 파상공세는 계속됐다. 1분 뒤 다비트 오동코어가 폴란드 오른쪽 측면을 돌파하며 크로스를 올렸다. 공은 문전으로 달려들며 슬라이딩한 올리버 뇌빌의 발에 걸렸고 그대로 골문으로 빨려 들어갔다.
인저리 타임에 터진 극적인 결승골. 클린스만 감독은 목에 핏대가 설 정도로 환호하며 기쁨을 만끽했다. 그는 인터뷰에서 "우리는 승리를 항상 믿어왔다. 종료 휘슬이 울리기 전까지 단념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주장 발라크는 "골은 늦게 터졌지만 끊임없이 찬스를 만들어냈다. 우리는 승리할 만했다"고 자축했다.
독일은 클로제와 루카스 포돌스키를 투톱으로 내세워 폴란드의 골문을 노렸다. 후반 19분 클로제의 중거리 슛, 35분 필리프 람과 뇌빌의 슈팅이 이어졌지만 GK 아르투르 보루츠가 버틴 폴란드는 쉽게 문을 열지 않았다. 후반 30분 소블레프스키가 클로제와 몸싸움을 벌이다 퇴장당한 것이 독일에겐 좋은 기회였다. 후반 교체 투입한 오동코어가 오른쪽 측면을 끊임없이 파고들었고 뇌빌은 마지막 기회를 천금의 결승골로 연결해 감독의 용병술을 더욱 빛나게 했다.
에콰도르는 함부르크에서 열린 조별 리그 2차전에서 테오리노와 델가도, 카비에데스가 릴레이 골 폭죽을 터뜨리며 코스타리카를 가볍게 제압했다. 4년 전 한·일 월드컵에서 처음 본선 무대를 밟은 뒤 2번째 도전에서 이룬 16강 진출.
승부는 일찌감치 결정됐다. 전반 8분 세군도 카스티요가 페널티 지역 오른쪽에서 크로스를 올려주자 문전으로 쇄도하던 카를로스 테노리오가 헤딩 슛으로 마무리했다. 에콰도르는 후반 9분 델가도가 문전 오른쪽에서 통렬한 추가골을 터뜨렸고, 경기 종료 직전 이반 카비에데스가 세 번째 골로 16강 진출을 자축했다. 코스타리카는 완초페와 고메즈가 분전했지만 득점에는 실패했다.
(도르트문트(독일)=채성진기자 dudmie@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