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단의 저승사자 김남일, 이번에도 지단은 내가 잡는다.'
2002년 한-일월드컵 개막을 닷새 앞두고 프랑스의 핵 지네딘 지단이 무너졌다. 한국과의 평가전에서다. 당시 지단의 전담 마크맨은 '진공청소기' 김남일이었다. 지단은 수비형 미드필더인 김남일의 집중 봉쇄에 나자빠졌다. 비록 경기는 2대3으로 한국이 패했다. 하지만 히딩크호는 강팀과 만나도 무서울 게 없다는 자신감을 얻었고, 이 결과는 4강 신화로 이어졌다. 반면 직전 대회 우승팀이었던 프랑스는 조별예선에서 탈락하는 수모를 겪었다. 특히 김남일은 이튿날 지단의 부상이 심각하다고 하자, "치료비는 내 연봉에서 까라"며 강한 승부근성을 드러냈다.
4년이 흘렀다. 흘러간 시간은 중요치 않다. 김남일이 또 다시 지단 봉쇄의 특명을 받았다. 19일 오전 4시(이하 한국시간) 라이프치히 젠트랄스타디움에서 벌어지는 2006년 독일월드컵 G조 2차전이 운명의 무대다.
아직 선발 출전 여부는 확정되지 않았다. 그러나 김남일 만한 수비형 미드필더가 없다는 것이 코칭스태프의 분석이다. 특히 김남일도 컨디션을 끌어올리고 있다. 토고와의 1차전에서 김남일은 후반 교체 투입돼 23분을 뛰었다. 그래서 14일 오후 레버쿠젠 바이아레나에서 벌어진 회복 훈련에선 경기에 뛰지 않은 선수들과 함께 정상적인 훈련에 참가해 미니게임을 하며 굵은 땀방울을 흘렸다. 미니게임에서도 그의 기량은 여전히 녹슬지 않았다. 강력한 압박을 앞세워 상대의 예봉을 차단하는 능력은 압권이었다.
요즘 김남일은 기다림의 여유를 알아가고 있다. 토고전 직전 자신이 선발 출전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김남일은 특유의 의리를 앞세워 "팀만 잘되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웃어 넘겼다.
그렇다고 프랑스전을 양보할 순 없다. 그가 축구 스타로 자리매김 한 경기가 바로 4년전의 프랑스전이었기 때문이다. 김남일은 말한다. 선발 기회만 주어진다면 지단의 발목에 족쇄를 채우는 것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독일 레버쿠젠=스포츠조선 김성원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