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한국시각) 벌어진 브라질과 크로아티아의 경기. 경기를 시작하기에 앞서 소개된 두 팀의 주전 명단은 큰 대조를 이뤘다. 스티페 플레티코사, 니코 크란차르 등 길고 어려운 크로아티아 선수들의 이름들. 그에 반해 브라질 선수들은 카카, 카푸, 지다 등 짧고 간단한 애칭을 사용하고 있다.
애칭을 부르는 것은 브라질의 오래된 관습이다. 심지어 대통령도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실바'라는 긴 이름 대신 룰라라는 애칭을 공식적으로 사용한다. 브라질의 전화번호부에는 대부분의 이름이 이런 방식으로 등록되어 있다.
브라질의 애칭 사용은 높은 문맹률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글을 모르는 이들에게 다른 사람의 긴 본명보다는 짧은 애칭이 더 편했기 때문. 일부 학자들은 19세기 말까지 존재했던 노예 제도에서도 그 원인을 찾는다. 노예문서에 성(姓)을 빼고 이름만 써놓았던 것이 굳어졌다는 분석이다.
현재 브라질 대표팀 엔트리 23명은 모두 짧은 이름을 쓰고 있다. 여기에 특별한 규칙은 없지만 전통적으로 스트라이커들이 애칭으로 불렸다. 축구 황제 펠레가 대표적인 경우. 이에 반해 수비수는 본명을 주로 사용한다. 현 대표팀 중 이름이 가장 긴 호베르투 카를루스는 자신의 이름에서 '다 실바'만 뗀 경우다. 골키퍼 역시 대부분 본명으로 불렸으나 이번 월드컵의 주전 골키퍼 지다는 처음으로 애칭을 내세웠다. 브라질에서 가장 흔한 이름은 호나우두. 최고의 스타 호나우지뉴가 같은 이름의 호나우두에게 자신의 이름을 양보하고 '작은 호나우두'라는 뜻의 호나우지뉴라는 애칭을 가지게 된 것은 너무나 유명한 얘기다.
입력 2006.06.14. 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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