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미군의 폭격으로 숨진 이라크 내 알 카에다 테러조직 지도자 아부 무사브 알 자르카위는 세계적 테러조직망을 구축하고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자르카위의 조직은 알 카에다 조직의 최고지도자인 오사마 빈 라덴에 필적할 수준인 것으로도 분석됐다.

◆정보의 노다지 발견

미군은 알 자르카위가 사망한 뒤 바그다드 북부 그의 은신처에서 메모리 스틱과 컴퓨터 하드드라이버, 각종 서류 등을 찾아냈다고 미국 일간지 크리스천 사이언스모니터가 12일 보도했다. 미군 분석가들은 알 자르카위가 사망한 뒤 이곳과 다른 56개의 장소에서 찾아낸 정보들이 자르카위의 '글로벌 테러 네트워크'를 찾아내고 분쇄하는 데 결정적 단서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신문에 따르면 자르카위는 주 활동 무대인 이라크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준군사조직 테러네트워크를 구축해 왔다. 싱가포르 안보전략문제연구소의 테러전문가이자 '인사이드 알 카에다' 책의 저자인 로한 구나라트나는 "자르카위는 최소 20개 유럽국가들과 캐나다에 침투했으며 동남아에도 세포조직을 구축해 놓았다"고 밝혔다. 일부 전문가들은 자르카위 조직은 거의 외부로 활동이 드러나지 않는 오사마 빈 라덴의 조직에 견줄 만한 것으로 보고 있다.

◆빈 라덴과 알 자르카위

빈 라덴과 알 자르카위는 둘 다 수니 이슬람 근본주의 이념을 갖고 있으나 별개의 조직이었다. 그러다 2001년 9·11테러와 이후 이라크전을 계기로 서로 연결됐다. 이라크를 주 무대로 한 자르카위는 2004년 10월 21일 '알 카에다에 대한 충성'을 선언했고, 이에 빈 라덴은 같은 해 12월 27일 자르카위를 "이라크 알 카에다의 왕자(王子)"라고 호칭했다. 빈 라덴은 알 카에다 조직원들에게 자르카위의 지시를 따를 것도 당부했다.

두 사람의 관계는 그러나 엄격한 상하관계라기보다는 '동맹'에 가까웠다는 게 테러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빈 라덴은 세계적으로 약 3만명에 이르는 준 군사조직 알카에다 요원들을 네트워크화 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나 조직의 강도와 명령체계는 예상 외로 매우 느슨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반면 자르카위는 유럽을 중심으로 독자적인 세계적 테러조직망을 구축하고 있었으며 빈 라덴보다 더 조직적인 것으로 일부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미국 필라델피아의 외교정책연구원 테러리즘 센터의 마이클 라두 소장은 "특히 유럽의 자르카위 조직은 빈 라덴이나 그 2인자인 알 자와히리의 것보다 더 광범위한 규모"라고 말했다.


(워싱턴=허용범특파원 heo@chosun.com)

美 "자르카위 死因은 공습 충격 폐 파열"
미 군의관 스티븐 존스 대령은 12일 "자르카위의 사망 원인은 미군 공습의 충격파에 따른 내상"이라고 밝혔다. 그는 "두 개의 폭탄 폭발로 인한 충격파가 폐의 파열과 출혈을 야기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자르카위는 미군 공습 이후 52분 만에 사망했으며, 시신의 부검 결과 구타나 화기에 의한 부상의 증거는 없었다"고 말했다. 한편 이라크 알 카에다는 숨진 자르카위의 후계자로 '셰이크 아부 함자 알 무하지르'를 만장일치로 지명했다고 12일 밝혔다. 미군은 지난 8일 자르카위의 후계자로 '아부 알 마스리'라는 이름을 거론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