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조직 '이라크 알 카에다' 지도자 아부 무사브 알 자르카위(39)는 최근 들어 국제테러조직인 알 카에다의 최고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보다 더 위험한 인물로 지목돼 왔다. 알 카에다 조직원 4000여명 중 80%가 미군의 공격으로 숨지거나 체포된 이후 맹렬히 테러활동을 벌여왔기 때문이다.

◆'유일신과 성전' 조직 주도

그는 요르단 암만 부근의 자르카 지역 무슬림 부족장의 아들로 태어났다. 그가 이슬람 극단주의자가 된 것은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참가한 20세 때. 1980년대 말 소련 침략군에 대항한 전쟁이 막바지에 이른 시점이었다. 옛 소련군의 철수로 전쟁이 끝나고 1992년 요르단으로 돌아온 그는 과격 이슬람 운동에 참여해 폭발물 소지 혐의로 붙잡혔다가 사면받아 1999년에 석방됐다. 이후 파키스탄, 아프간 등을 거쳐 이라크전을 앞두고 이라크 북부 쿠르드 산악지역으로 숨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서방 정보기관이 그의 위험성을 감지한 것은 2002년 요르단 암만에서 미국 정부관리 암살사건과 관련해서였다.

이후 그는 2004년경 이라크에서 '알 타우히드 왈 지하드(유일신과 성전)' 조직을 세우고 이라크 내 여러 저항세력을 주도하면서 테러조직의 상징으로 부각된다. 미국 정부는 그의 목에 2500만달러의 현상금을 걸기도 했다.

◆다양한 테러 배후

그는 2003년 8월 100여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이라크 바그다드 유엔사무소 폭탄테러사건, 같은 시기에 80여명의 사망자를 낸 시아파지도자 무하마드 바크르 알 하킴 이슬람혁명최고위원장 살해사건, 2004년 3월 카르발라 시아파사원 연쇄 자살폭탄 테러, 5월 미국인 닉 버그 납치살해사건, 압둘 자바르 유세프 이라크 내무차관 암살사건 등의 배후로 지목되고 있다. 닉 버그 살해사건 때는 성명을 내고 "미국인들이 이라크를 떠나라는 경고"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특히 그는 수니파로서 비이슬람교도를 공격하는 것을 자신의 의무로 여기고 있다. 이 때문에 그는 전후 이라크를 피로 물들인 종파 간 분쟁을 조장한 인물로 꼽힌다.

◆빈 라덴과는 협력·경쟁관계

자르카위는 빈 라덴과는 아프가니스탄에서 인연을 맺었고, 2004년 10월에는 빈 라덴에게 충성맹세를 하는 내용의 편지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자르카위가 알 카에다 조직의 지도부로 인식되지만 실제로는 협력 혹은 경쟁관계라는 설이 지배적이다.

뉴욕타임스는 최근 자르카위가 자신의 모습까지 공개한 비디오 메시지에서 빈 라덴의 지시에 따라 행동하지 않는 점을 시사하는 등 양자 간의 관계에 균열조짐이 감지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