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식민지 조선에서 우리의 종교마저도 황국화(皇國化)했다. 승려들을 일본식으로 결혼시켜 대처승으로 만든 것이다. 내 아버지는 그 포망에 걸려 스물 여덟 나이에 선암사에서 결혼식을 올린 최초의 승려가 되어야 했다. …나는 그렇게 태어났고, 일본의 은혜에 감사하듯 '아리랑'을 썼다.'
소설가 조정래(63)씨가 자신의 특별한 출생 배경을 밝히고, 선친 조종현(1906~1990)을 회고한 '두 가지 화두'라는 제목의 글을 공개했다. 그는 이 글에서 '인생살이 이렇듯 얄궂고, 미묘하다'며 일제의 식민정책 덕에 자신이 태어날 수 있었던 데 대한 복잡한 심경도 토로했다. 조씨는 12일 민족문학작가회의(이사장 정희성)와 대산문화재단(이사장 신창재)이 공동 개최하는 '탄생 100주년 문학인 기념 문학제'의 부대행사인 '문학의 밤'에서 이 글을 낭독할 예정이다.
조정래씨의 선친 조종현은 '천지 개벽이야!/ 눈이 번쩍 뜨인다'로 시작되는 시조 '의상대 해돋이'를 쓴 시조시인이자 승려. 조씨는 이 글에서 퇴락한 양반 가문 장남으로 태어난 선친이 학업의 길이 막히자 당시 인재를 골라 신식 교육을 시켜주던 선암사에 들어갔다고 적었다. 선친이 여순반란사건에 연루됐던 이야기는 장편소설 '태백산맥'에서 법일 스님을 통해 써냈다고 밝혔다.
조씨는 '아버지는 내가 시를 쓰기를 은근히 바랐다. 나도 시인이 되고 싶었다. 그러나 능력이 모자라 1년 시를 써보다가 소설로 미끄러졌다'고 회고했다.
입력 2006.05.11. 23:38업데이트 2006.05.12. 03:11
100자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