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0년 전 바둑판이 발굴됐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것이다.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소장 윤근일)는 10일 "경주 분황사 발굴 현장에서 1300년 전 통일신라시대 바둑판을 최근 발굴했다"고 밝혔다. 바둑판은 흙 벽돌(전·塼)에 만든 것으로, 벽돌을 굽기 전 한쪽 면에 가로 세로 각 15줄씩 규칙적으로 그은 뒤 구워 제작했다. 가로 42㎝, 세로 43㎝로, 현대 바둑판 규격(가로 세로 약 42×45㎝)과 거의 일치한다. 각 칸의 너비도 평균 2.8㎝로 현대 바둑판(2.3㎝)과 비슷하다.
이 바둑판은 2004~2005년 세 차례에 걸쳐 발굴된 벽돌 세 조각을 붙여 복원했다. 문상태 연구원은 "2004년 여름 분황사 서쪽 편을 발굴했는데, 오른쪽 반쯤이 깨진 벽돌을 발굴했다. 씻고 보니 줄이 보였다"고 말했다. 당시엔 바둑판이란 확신이 없었으나 작년 겨울, 첫 벽돌이 나온 곳으로부터 10m 지점쯤에서 줄 친 벽돌 조각이 또 나왔다. 둘을 맞춰 보니 일치했다. 그 직후 유물 정리 과정에서 나온 줄 친 벽돌 하나를 더 붙여 보았더니 정확히 맞아떨어졌다. 바둑돌은 발굴되지 않았다.
'분황사 바둑판'은 줄의 개수가 일반 바둑판과 비교할 때 가로 세로 각각 4개씩 적고, 화점이 나타나 있지 않다. 14세기 전반에 침몰된 원나라 무역선인 전남 신안 해저 유물선에서도 가로 세로 각 15줄짜리 목제 바둑판이 출토된 바 있다. 백제 의자왕이 전해준 것으로도 추정되는 일본 쇼소인(正倉院) 소장 나무 바둑판(서기 7~8세기)은 가로 세로 각 19줄에, 화점이 표시돼 있다.
윤근일 소장은 "전자현미경 등으로 표면을 관찰해 실제로 바둑돌을 놓아 본 흔적이 있는지 등을 정밀 조사할 계획"이라고 했다. 바둑서지연구가 안영이씨는 "15줄로도 바둑을 충분히 즐길 수 있다"며 "우리나라 바둑사 연구의 최고(最古) 자료가 출토됐다"고 평했다.
'분황사 바둑판'은 11일부터 이 연구소 특별전시실에서 일반에 공개된다.
입력 2006.05.11. 00:21
100자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