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배입니다'

5월 3일 서울 예술의전당 외벽에 걸리는 대형 현수막(6m×6m)에 박힌 공연 제목이다. 김용배? 현 예술의전당 사장 이름이다. 서울예술단이 올리는 이 공연은 바로 이 제목 때문에 해프닝을 겪었다.

'김용배입니다'는 1970년대 말 김덕수·이광수·최종실과 함께 사물놀이로 세상을 놀라게 한 상쇠 김용배(金容培·1953~1986)를 다루는 공연이다. 당초 작품명으론 '소용돌이2' '사생(四生)결단' 'The Four(넷)' 등이 거론됐다. 지난 3월 초 '사생(四生)결단'으로 제목을 정하고 포스터 디자인까지 만들었는데 복병을 만났다. 조폭을 소재로 한 황정민·류승범 주연의 영화 '사생결단'이 4월에 개봉한다고 홍보를 시작한 것. 제작진은 다시 장고에 빠졌다. 한태숙 연출이 "그냥 '김용배입니다'로 가죠"라고 한 마디 했고,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제목이라는 점에서 곧바로 제목으로 확정됐다.

이 때까지 '김용배 사장'을 떠올린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런데 3월 말 예술의전당 공연기획팀에서 전화가 걸려왔다. 당혹스러워하며 "이거 혹시 우리 사장님 얘기 아니냐?"는 질문. 사정을 알고 한바탕 웃고 끝났다고 한다. "저랑 한자까지 똑같아요. 그 제목으로 해야 할 공연이라면 해야죠. 관객들이 '저 사람(김용배 사장) 너무 설치는 거 아냐' 오해할까봐 걱정입니다."(웃음)

김용배 예술의전당 사장의 말이다. 20년 전 상쇠 김용배와 피아니스트 김용배는 '동명이인'이라는 주제로 한 월간지와 공동 인터뷰가 잡혀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인터뷰 1주일 전, 상쇠 김용배는 쇠(꽹과리)를 깨고 벽에 무(無)자를 써놓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자살 원인은 '민속가락 복원을 가로막는 현실에 대한 고뇌' 등 여러 설(說)이 있으나 아직까지 불분명하다.

김용배 예술의전당 사장은 "어쨌든 개인적인 인연이 있어 '김용배입니다'를 꼭 보러 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용배입니다'는 연극과 춤, 노래가 뒤섞이는 복합공연. 1978년 전통 타악의 새로운 시대를 연 김용배의 인생 절정기를 무대로 옮긴다. 서울예술단의 고석진이 주인공 김용배 역을 맡는다. 5월 20·21일 예술의전당 토월극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