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에서의 하프타임.

비록 10분의 짧은 시간이지만 전반(1, 2쿼터)의 경기 내용을 되짚어보고 후반의 전략-전술을 준비하는 중요한 순간이다.

이처럼 귀한 시간에 다른 선수들 모두 감독의 작전 지시에 귀를 모으고, 후반전을 위해 마음을 가다듬고 있을 때 유독 한 선수가 게임이나 하고 앉아 있다면 어떨까?

세계 최고라고 인정받은 NBA(미국프로농구)에서 이런 특혜(?)를 누리는 선수가 있다. AP 통신 등 미국 언론들이 최근 화제의 인물로 소개한 길버트 아레나스(사진)가 주인공이다.

워싱턴 위저즈의 간판 가드 아레나스는 미국 언론의 표현대로 '다이너마이트 플레이어'이자 '기인'이다.

아레나스는 최근 미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하프타임에 라커룸에서 동료들이 후반전 전략 수립에 몰두하고 있을 때 온라인 포커 게임을 하고 있다"고 고백했다.

그의 소속 팀 코치마저 "아레나스는 워낙 희한한 정신 세계를 갖고 있어서 '길버톨로지(Gilbertologyㆍ길버트이론)'라고 부른다"고 말할 정도다.

아레나스가 하프타임에 동료들이 작전 지시에 집중하고 있을 때 온라인 게임에 심취하는 이유는 한순간이라도 경쟁하는 일에 몰두하지 않으면 컨디션을 유지할 수 없다는 것.

코칭스태프의 지시를 듣는 것보다 포커 게임을 통해 마인드 컨트롤을 하는 게 경기력에 도움이 된다는 게 그의 항변이다.

그의 동료들도 "처음에는 기인의 미친 짓 같았지만 지켜볼수록 아레나스만의 노하우를 이해하게 됐다"며 싫지않다는 반응이다.

그도 그럴 것이 아레나스는 현존 NBA 선수 가운데 최고의 스타에 속하는 만능 플레이어다. 2년 연속 NBA 올스타에 뽑혔고 올시즌 득점 랭킹 4위에 오르며, 침체기에 빠졌던 워싱턴을 두 시즌째 플레이오프에 올려놓은 팀의 간판이다. 경기가 끝나면 자신의 사인을 넣은 유니폼을 팬들에게 던져주는 등 쇼맨십도 특출나다.

게다가 최근에는 화재로 부모를 잃은 10세 소년의 평생 후견인이 되어 마음좋은 스타로 인정받기도 했다. 경기가 없는 날에는 혼자 볼링을 했으면 했지 동료들과 어울려 놀러다니는 일도 없단다.

이처럼 코트 안팎에서 모범을 보이고 있으니 하프타임의 돌출행동을 가지고 토를 달 사람이 없다는 게 미국 언론들의 평가다.

아레나스는 말했다. "쉬는 시간이라고 늘어져 있으면 당신의 근육과 스태미나는 쇠락하고 만다. 무엇이든 집중하는 게 중요하다."

아무리 그래도 하프타임에 게임을 한다는 게 선뜻 이해는 안되지만 미국에서는 통하는가 보다.

(스포츠조선 최만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