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한 아이가 있다. 영화 '분홍신'을 본다. 전도 유망한 발레리나가 사랑이냐, 예술이냐를 두고 고민하다 결국 자살하는 이야기. 영화를 본 네 살배기 여자아이는 자문한다. '일과 사랑, 둘 다 할 수는 없을까?' 배우가 된 그녀. 일과 가족 사이를 줄타기하느라 멀미 날 지경이다. 그리고 어느 날, 잘 나가던 동료배우는 마흔이 되자 돌연 은퇴해버린다. 정녕 왜?

'데브라 윙거를 찾아서'는 할리우드 배우 로잔나 아퀘트(47)가 은퇴한 배우 데브라 윙거(51)를 보고 자신의 고민을 풀고 싶어 4년 전 만든 다큐멘터리다. 아퀘트는 카메라를 들고 35명의 동료 배우들을 찾아가, 일이건 육아건 그녀들을 선택으로 이끌 수 있었던 비결에 대해 묻는다.

"결국 이도 저도 아닌 게 되는 거야." (다이앤 레인)

"여자들은 늘 모든 걸 챙기려고 한다는 거죠. 걱정도 팔자라는 거예요."(알프리 우다드)

영화의 장점은 귀네스 팰트로·멕 라이언·샤론 스톤 등 35명의 할리우드 여배우들이 친구에게 털어 놓는 사담을 엿들을 수 있다는 것이다. '가지 말라'고 붙잡는 아이를 떼내고, '한물 간' 배우라는 낙인을 견디고, '가슴 크기'로 여배우를 평가하는 연출자와 싸우는, 하지만 '마이 아파'하고 속으로 우는 여배우의 모습이 담겨져 있다. 대신 역동적인 카메라 워크나 세련된 편집은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다. 고정된 앵글로 초지일관 인터뷰가 반복되니까. '배우'라는 특수직이 공감에 장애가 된다면, 직접 카메라를 들고 동료에게 다가가 보는 건 어떨까. "무엇이 당신을 이끌고 있느냐"고 물으며. 21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