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인 루니가 지난달 24일 런던에서 월드컵 우승트로피를 앞에 두고 미소를 머금고 있다.

"루니, 루니, 루니, 루니…."

영국에서 웨인 루니(Wayne Rooney)의 이름을 접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 신문을 봐도, TV를 봐도 그는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서점의 스포츠 코너에선 루니의 얼굴을, 여성잡지 쪽에선 루니 여자친구이자 패션 칼럼니스트로 급부상한 콜린 맥러플린(Coleen Mcloughlin)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축구 얘기뿐만이 아니다. 여자 친구에게 무슨 선물을 했는지, 어디서 일광욕을 했는지, 수퍼마켓에서 무얼 샀는지, 어느 나이트클럽에서 놀았는지, 일거수 일투족이 그대로 드러난다. 1985년 10월생이니 이제 21세. 하지만 그는 세상을 잡았다. 유망주에서 잉글랜드 대표 스트라이커로 이젠 독일월드컵을 빛낼 스타 1순위에 꼽히고 있다.

■아버지는 아마추어 복서 출신

리버풀 외곽의 크록테스(Croxteth)라는 작은 동네에서 태어난 루니. 아마추어 복싱선수였던 아버지와 가정 주부인 어머니 사이에서 가난하지만 단란한 생활을 해왔던 루니는 어릴 적 말 그대로 '축구에 미친' 아이였다. 리버풀과 함께 지역 라이벌을 이루는 에버튼에 심취(?)한 나머지, 방 바닥에서 천장까지 모두 에버튼 용품으로 장식했다. 에버튼 유니폼을 입고 서너 살 때부터 공을 차던 아이는 꿈에 그리던 에버튼 유소년 팀에 입단하면서 꿈을 이뤄간다.

루니는 17살이었던 2002년엔 팀을 유스컵 결승에 올려놓는 활약을 하며 화려한 조명 아래 에버튼 성인팀에 입단, 다음해 프리미어리그를 밟았다.

스트라이커로서 다부진 체격과 대담성, 그리고 넓은 행동 반경과 엄청난 운동량에 탁월한 골 감각까지 갖추었다고 평가 받는 루니는 잉글랜드와 프리미어리그에 관련된 각종 최연소 기록을 수없이 갈아치우기 시작했다. 그의 눈부신 활약에 너무 놀란 한 대학 연구팀은 그를 실험실에 불러 조사한 결과 '다른 선수들보다 시야가 1.5배 이상 넓다'는 보고서를 내기도 했다. 특히 페널티 지역 내에서의 슈팅 반응 속도는 기존 어떤 스트라이커보다 빠르다는 평가. 그래서 대학측은 그에게 '무념(無念) 슈터'란 이름을 붙여주기도 했다.

18세 때인 2003년 잉글랜드 대표팀에 선발돼, 그해 2월 호주와의 친선 경기에 교체 출전한 것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29경기에 출전해 11골을 기록하고 있다.

■유로 2004에 뜬 제2의 펠레

루니가 국제적인 스타로 이름을 날리게 된 건 2004년 유럽선수권(유로 2004) 때. 이 대회에서 혼자 4골을 터뜨리며 팀을 8강에 올려, '제2의 펠레'라는 찬사를 받았다. 투우장에 나선 황소처럼 저돌적인 돌파와 단단한 허벅지에서 나오는 폭발적인 슈팅력, 상대를 압도하는 특유의 전투력으로 그라운드를 휘어잡은 것이다.

그때 인상이 얼마나 강했던지 8강전 당시 잉글랜드가 포르투갈에 승부차기 끝에 패하자 '더이상 루니의 환상적인 슛을 볼 수 없다니 믿을 수 없다'며 안타까워하는 팬들이 속출했다.

이 '겁없는 10대'는 성격마저도 겁이 없었다. 쉽게 흥분하고, 상대에게 거침없이 욕을 내뱉고, 심지어는 팀 선배인 데이비드 베컴에게도 상소리를 해 문제를 일으키기도 했다. '황소(Bull)' 같지만 그보다는 '그라운드 무법자(Bully)'로 불리던 루니. 오죽하면 각종 언론이 '정신안정 치료를 받게 해야 한다'고 나섰을까.

그러나 그도 점점 바뀌기 시작했다. 악동에서 성숙한 20대 청년으로 변하기로 마음 먹은 것. 루니는 "예전엔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나쁜 아이였다"며 "내 성격을 고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나도 변했다"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여자친구 콜린의 덕도 컸다. 영국에선 '축구계의 퍼스트 레이디'라고 불리는 콜린은 루니에게 매일 "감정 조절을 잘 하라"고 조언해줬다고.

■악동에서 축구의 전설로

2004년 8월 루니는 또 한번의 '사건'으로 각종 언론을 장식한다. 2700만파운드(약 500억원)의 이적료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유니폼을 입은 것. 에이전트 비용까지 합치면 실제 3000만파운드에 달하는 거액이다. 아직 소년 티가 가시지 않은 신예 스타에 대한 이 투자는 '도박'에 가까운 수준이었지만 알렉스 퍼거슨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의 결정에 놀라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그리고 퍼거슨의 결정은 틀리지 않았다. 루니는 전후좌우 공수를 가리지 않는 폭넓은 행동반경으로 몇 사람 몫을 해내고 있다. "그가 경기장에 있는 것만으로도 상대는 두려워한다"고 퍼거슨 감독은 신뢰를 보낸다.

루니는 경기에 지기라도 하면 며칠 동안 분해서 잠을 이루지 못하는 성격이다. 우승에 대한 욕심도 누구 못지않다. 팀 선배인 라이언 긱스가 집에 수집해놓은 트로피를 보면서 '부러워 미칠 지경'이라고 고백하기도 했다. 그런 그에게 이번 독일월드컵은 그의 표현대로 '진짜 신나는' 무대다. 그는 강조한다. "최고의 팀들만 모여 있는 대회잖아요. 그들을 상대로 내 자신을 테스트해 볼 수 있어서 행복해요."

▒ 루니에 대한 평가 ▒
―펠레(브라질)=루니는 새로운 내가 되고 있다.

―티에리 앙리(프랑스)=루니는 내 10대 시절의 모습과 닮았다.

―에우제비오(포르투갈)=루니는 펠레급이다. 펠레는 축구에 대한 천부적인 자질을 타고 났다. 루니도 마찬가지다. 둘 다 어린 나이에 대성했다.

―지코 일본 대표팀 감독(브라질)=루니에게서 펠레를 봤다. 문전에서 매우 위협적인 공격수이면서도 올 라운드 플레이어다. 스피드, 파워, 지각 능력 등 공격수로서 갖춰진 자질은 놀라울 정도.

―에릭손 잉글랜드 대표팀 감독(스웨덴)=처음엔 10대 시절 로베르토 바지오(이탈리아)를 연상시켰다. 하지만 이미 그를 뛰어넘었다. 어느 순간 펠레가 내 눈앞에 있었다. 훈련이 끝난 뒤 항상 공을 숨겨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루니는 밤새워 공을 차기 때문이다.

―보비 찰튼(잉글랜드)=루니는 독일월드컵에서 영웅 자리를 놓고 브라질의 호나우디뉴에 도전할 것이다. 그러나 루니는 20세이고, 호나우디뉴는 26세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26세가 될 때쯤에는 호나우디뉴보다 인상적인 선수가 될 것이다.

▒ 루니 Q&A 초당 9.7m 달리는 폭주 기관차 ▒
―생년월일 : 1985년 10월 24일

―출생지 : 잉글랜드 리버풀

―본명 : 웨인 마크 루니

―별명 : 하얀 펠레, 루나우두(루니+브라질의 호나우두)

―가족관계

아버지 : 웨인 루니 시니어, 어머니: 자네트 루니, 동생 : 그레이엄, 존. 그레이엄은 아마추어 복싱 챔피언 출신으로 현재는 에버튼 연습생. 존 역시 에버튼 아카데미 입단.

―애독서 : 해리 포터



루니 수입('더 타임스' 기준)

―연봉 : 260만 파운드(약 44억2000만원·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광고수입 : 매년 350만 파운드(59억5000만원·코카콜라, 아스다〈수퍼체인〉, 프링글스, 포드)

―축구화 계약 : 500만파운드(나이키와 10년 동안)

―책 계약 : 500만파운드(출판사인 하퍼 콜린스와 5권짜리 자서전계약을 통해)



경기력(루니 웹사이트 등 참조)

―270도 각도의 시야.

―오른발을 즐겨 사용함.

―복싱으로 다져진 팔 근육(아버지가 아마추어 복싱 선수 출신. 삼촌은 현재 체육관 운영).

―대체로 경기 때 4000m를 걷고, 4800m를 느리게 달리고, 1500m를 재빨리 달림.

―평균 헤딩처리 2번, 가슴 트래핑 13번, 볼터치 90번.

―초당 9.7m를 달릴 수 있음.

(런던=최보윤영국특파원 spcia@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