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물 넘고 물 웅덩이를 건너 힘겹게 달리는 여고 선수들의 모습이 힘겨워 보인다. 13일 횡성종합운동장에서 한국 육상 사상 처음으로 열린 여자 3000m 장애물 경기 모습이다.

13일 강원도 횡성 종합운동장에서는 한국 육상 사상 처음으로 여자 3000m 장애물 경기가 열렸다. 400m트랙을 7바퀴 반 도는 동안 깊이 30~70㎝, 길이 3.66m, 폭 3.66m의 물 웅덩이를 7차례 건너고 76.2㎝ 높이의 장애물(허들)을 28차례 넘는 경기다.

제6회 한국주니어육상선수권 종목의 하나인 이 경기의 출전 선수는 여고생 4명. 1500m, 5000m가 주종목인 데다 시설이 없어 연습도 못 하고 이 대회에 나왔다. 출발과 함께 당차게 트랙을 달려나가 허들은 잘 넘었지만, 물 웅덩이에서 여지없이 체면을 구겼다.

장애물을 딛고 웅덩이로 뛰어내리는 순간 얼굴까지 물을 뒤집어 쓰는 것은 피할 수 없었다. 꼴찌를 한 김수정(서울체고)은 발을 잘못 디뎌 미끄러지는 바람에 상체까지 물에 잠겼다가 빠져나왔다.

처음 장애물을 넘어본 전정아(부산체고)는 경기 후 "장애물을 넘는 것도 웅덩이에 뛰어드는 것도 너무 무서웠다"고 털어 놓았다. 1200여 관중이 웃음을 터뜨리며 박수를 치는 가운데 경기를 마친 선수들은 "물에 빠진 생쥐가 된 기분이었다"며 부끄러워했다.

1위 주혜숙(서울체고)의 기록이 11분36초73. 2004년에 세워진 세계기록(9분01초59·러시아 굴나라 사미토바)보다 2분 이상 늦지만, 무조건 한국기록으로 인정됐다. 3000m 장애물은 체력 부담이 워낙 크다는 이유로 남자부만 정식 종목으로 치러졌다. 하지만 국제육상연맹은 여자 선수 기량이 향상되고 있다고 판단, 내년 오사카 세계선수권부터 여자 3000m 장애물을 정식 종목으로 치르기로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