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입학식 때 자기 아이가 또래보다 머리 하나 더 큰 것을 싫어할 부모가 어디 있을까? 그러나 아이의 키가 크다고 너무 좋아해선 안된다. 너무 빨리 키가 큰 아이 중 일부는 성장판이 일찍 닫혀 결과적으로 평균보다 키가 작아질 수 있다. 이를 '성 조숙증'이라 하는데, 초등학교 3~4학년 정도 되면 성장이 멈춰 평균 이하의 신장을 갖게 된다.

초등학교 1학년 평균 신장은 남아가 120㎝, 여아가 119㎝이다. 만약 부모의 키가 평균치 이하인데 아이의 키가 또래보다 7~8㎝ 이상 크다면 '성 조숙증'을 의심해 보아야 한다.

'성 조숙증'은 성선자극호르몬분비에 관여하는 뇌하수체·시상하부·성선이 같이 발달해 발생하게 되는데, 남자아이는 9세 이전 고환이 커지고, 여자아이는 8세 이전에 유방이 커진다. 이런 성 조숙증이 생기면, 또래보다 키가 빨리 크지만 성장판도 일찍 닫혀 이후엔 키가 더 이상 크지 않게 된다.

성 조숙증으로 판명되면 빨리 치료해야 한다. 치료를 안 하면 본래 자기가 클 수 있는 키보다 7~8㎝ 정도 키가 작아지는데, 이런 아이들은 뼈 나이가 본래 자기 나이보다 크게 앞서 있게 된다. 심한 경우 8세 아이의 뼈 나이가 13세인 경우도 있다. 이 경우 치료를 받더라도 키가 자랄 수 있는 시간이 1~2년에 불과하다. 따라서 빨리 발견해 치료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치료는 성 호르몬 분비를 억제하여 성장 속도를 나이에 맞도록 조절하는 방법을 사용한다. 매달 성선자극호르몬 방출호르몬 유도체를 피하 또는 근육 주사하는 방법을 주로 쓰며, 사춘기의 진행을 막는 약물을 투여 할 수도 있다.

성 조숙증 치료는 성장판이 닫히기 전에 해야 효과를 볼 수 있다. 때문에 아이의 키에 문제가 있을 경우 초등학교 1~2학년 이전이라도 병원을 찾는 것이 좋다.

(이기형 고려대 안암병원 성장클리닉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