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첫 방송된 MBC 시트콤 '소울 메이트'. 여주인공은 식당 벽에 붙어 있는 '김치찌게' 같은 잘못된 표기법을 보고 그냥 넘어가지 못한다. 식당 주인에게 "'찌게'가 아니라 '찌개'가 맞아요"라며 고쳐주다가 타박만 당한다. 이 여주인공의 직업은 신문사 교열부 기자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기자들이 등장한 적은 많지만 '교열부 기자'가 주인공인 작품은 유례를 찾기 힘들다. 이 색다른 설정의 '배후'는 다름아닌 이 드라마 작가 조진국(36)씨다.
조씨는 2003년 8월까지 조선일보에서 교열부 기자로 일했던 사람이다. 전 직장에서 일한 기간까지 합치면 교열부 기자 경력이 5년이다. 2004년 청춘 시트콤 '두근두근 체인지'와 지난해 '안녕 프란체스카'의 보조작가를 거쳐 드라마의 메인 작가로 데뷔했다.
노도철 PD와 벌써 세 편째 TV 드라마 작업에 참여하고 있는 그의 극본엔 교열부 기자 때의 '직업정신'이 곳곳에 묻어난다. 극중 인물이 문자 메시지를 보내다가도 어미(語尾)를 '~염'으로 할지 '~삼'으로 할지를 놓고 고민한다든가 "데이트 후 처음 보내는 문자메시지는 절대 10자 이상 넘기지 말 것" 같은 대사에선 기자 특유의 언어 감각이 느껴진다.
남의 글의 잘못된 표현과 오탈자를 바로 잡던 그는 이제 자기 글을 쓰고 있다. 그는 "5년간 직업으로 남의 글을 봐온 것이 글쓰기에 도움이 됐다"며 "하지만 교열부에서 일하면서도 내 글을 쓰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대학에서 국문학을 전공한 문학도다.
'영혼의 동반자'를 뜻하는 드라마 제목 '소울 메이트'처럼 그는 요즘 '소울 잡'을 찾은 듯했다. 교열기자 시절 억눌려 있던 이 남자의 '끼'는 신문사를 그만둔 이후 마음껏 발휘되고 있다. 조씨의 재능은 '글'뿐만이 아니다. 그는 CD 2000장을 소장한 음악 마니아. 겨우 2회를 방송한 드라마에서 벌써부터 시청자들 귀를 붙들고 있는 도회적 배경음악을 골라낸 사람도 그다. 조씨는 "학창 시절부터 좋아하는 음악만 골라 따로 편집해 주위 사람들에게 선물하곤 했다"며 "음악이 좋다는 시청자들의 반응도 큰 힘이 된다"고 말했다. 이미 그는 '안녕 프란체스카'의 음악 선곡을 맡기도 했고, 그가 골라 방송했던 배경음악만 따로 묶어 음반이 나올 정도로 그의 귀는 수준급이다. 신문사를 나와 방송작가로 데뷔하기 전 디자이너 장광효의 패션쇼 음악이나 청담동 유명 카페의 분위기에 맞는 음악을 골라주며 약 6개월간 음악코디네이터로도 활동했다.
그는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다른 사람에게 들려주며 소통하는 것은 글쓰기와 다른 또 하나의 은밀한 즐거움"이라고 했다. 교열기자에서 음악코디네이터, 시트콤 작가를 거쳐온 그는 이제 어떤 도전을 꿈꾸고 있을까. 그는 "당분간 이 드라마에 매진하고, 기회가 되면 영화나 미니시리즈에도 도전해 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입력 2006.03.23. 0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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