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카타리나 수녀

"성공회 사제는 결혼할 수 있잖아요? 그런데 제가 사제가 된다고 해서 이 나이에 결혼할 것도 아니고, 호호호. 복장도 거주지도 달라지는 건 없어요. 다만 수녀원이나 복지시설에서 열리는 '감사성찬례(미사)'나 각종 성사(聖事)에서 신부님을 초청하지 않아도 제가 집전할 수 있게 된다는 게 차이지요."

대한성공회 사상 처음으로 수녀가 사제로 임명된다. 성가수도회 오카타리나(66) 수녀는 오는 5월 26일 대한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에서 부제(副祭) 서품을 받는다. 그리고 1년 후에는 사제(司祭) 서품을 받을 예정이다. 오 수녀의 부제 서품은 그가 속한 성가수도회의 추천으로 이뤄졌다. 여성의 사제 서품을 허용하지 않는 천주교와 달리 여성 사제를 허락하는 성공회는 이미 9명의 한국인 여성 사제를 임명해 전국적으로 활동 중이다. 그러나 수녀에서 사제로 신분이 바뀌는 것은 오 수녀가 처음. 성공회의 경우, 남성수도자가 사제 서품을 받는 경우 '수사(修士) 신부'로 불러왔지만 오카타리나 수녀의 경우, 어떤 호칭으로 불러야 할지 성공회 내부적으로도 논의 중이다.

오카타리나 수녀는 전쟁고아였다. 6·25전쟁 와중에 부모를 잃고 성공회가 운영하는 보육원에서 자라면서 성공회와 인연을 맺었다. 서강대 영문과를 졸업한 1964년 수녀원에 입회한 그는 1984년부터 성공회대에서 교양영어를 가르치면서 1988~1995년엔 성가수녀원장도 역임했다. 그는 늘 입가에 웃음이 떠나지 않고 농담도 잘하는 수도자였으며 사회복지에도 많은 관심을 쏟아왔다.

오카타리나 수녀는 사제가 되면 우선 강화도의 노인복지요양시설인 '성안나의 집'과 충북 청원의 정신지체장애인시설 '보나의 집' 등 성가수녀원이 운영하는 시설에서 미사를 집전할 예정이다. 또 성가수녀원에서 매일 올려지는 미사도 직접 집전하게 된다. "따지고 보면 평신도나 수도자, 사제, 주교 모두 같은 크리스천이며 기능이 다를 뿐"이라는 그는 "은퇴할 나이에 새 직분이 맡겨졌지만 하느님께 모든 것을 맡긴 신앙인으로서 그때 그때 최선을 다할 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