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한·일 월드컵 길거리 응원전에서 군중을 하나로 똘똘 뭉치게 한 것은 박수와 어우러진 '대~한민국' 구호와 윤도현의 노래 '오 필승 코리아'. 2006년 독일 월드컵을 맞아 다시 거리로 쏟아질 사람들은 새로운 '코드'를 갖게 됐다. 바로 '꼭짓점 댄스'.

지난 1월 31일 영화배우 김수로가 KBS 2TV 오락프로그램 '상상플러스'에 출연해 "서울예대 재학 시절 친구들과 나이트 클럽에서 추곤 했다"며 선보인 것이 시작이다. 전후좌우를 오가는 발 동작에 허공을 찍는 손짓이 결합된 단순한 이 춤은 4박자 노래라면 어떤 노래와도 결합이 가능하다. 사람들은 피라미드 대형으로 늘어서 똑같은 동작을 반복하게 된다. 방송 중 "피라미드 대형의 꼭짓점에서 전체를 이끌었다"는 김수로의 너스레에 따라 '꼭짓점 댄스'라는 이름이 붙었다.

1970~80년대 '허슬' '해방춤'과 비슷한 개념으로 배우기 쉬운 데다 춤추는 사람들에게 쉽게 '일체감'을 주는 것이 특징. 대중들은 이 새로운 상품을 놓치지 않았다.

인터넷을 통해 동영상이 쫙 깔리며 '돌풍'이 일고 있다. "'꼭짓점 댄스'를 월드컵 공식 댄스로 선정하자"는 서명운동이 각종 인터넷 사이트에서 진행됐고 팬카페도 생겼다. 2월 7일 생긴 '월드컵 06 김수로 꼭지점 댄스 공식 카페(cafe.daum.net/summit dance)'는 15일 오후 4시 현재 10만6140명이 회원으로 가입했다. 브레이크댄서 등이 포함된 네티즌이 '오 필승 코리아' 등 음악에 맞춰 실연한 '꼭짓점 댄스' 동영상도 확산됐다. 지난 1일 '한국-앙골라' 축구 경기가 열린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 북측 광장에서는 붉은 티셔츠를 입은 1000여명의 축구팬이 모여 '꼭짓점 댄스'를 췄고, 인기가수들도 응원 무대에서 같은 동작을 선보였다. 이화여대 주철환 교수는 "'꼭짓점 댄스'는 상당히 쉬운 데다 나도 저 '피라미드' 속 일원이 되고 싶다는 심리를 자극하기 때문에 사람들을 끌어들인다"고 했다.

월드컵 응원가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가수들의 경쟁도 치열하다. SK텔레콤 광고에 출연한 윤도현은 '애국가'를 록 버전으로 다시 불렀고, KTF와 손 잡은 '붉은 악마'는 최근 버즈의 '레즈 고 투게더(Reds, go together)'를 자신들의 공식 응원가로 발표했다. 싸이, 마야, 봄여름가을겨울 등도 월드컵 응원가를 준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