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 셋의 신인 장희진.
'토지' '논스톱5' 등 드라마와 시트콤에 출연했지만 아직 '배우'라는 인상은 강하지 않다. 외려 'X-맨'같은 예능 프로에서 생글생글 웃으며 남성 출연진과 '사랑의 교감'을 나누는 모습이 낯익다.
영화 '폭력써클'(감독 박기형ㆍ제작 태원엔터테인먼트, 다다픽쳐스)에서 그가 보여줄 변신은 그렇기 때문에 녹록치 않다.
촬영장인 김해 기자간담회에서 장희진을 만났다.
"어른스럽고 당찬 캐릭터예요. 첫 영화라서 부담되지만 열심히 노력해서 좋은 모습 보여드릴게요."
출사표는 언뜻 평범하다. 하지만 '남성 영화'의 홍일점 주인공인 만큼 열의마저 평범할 순 없는 일이다. 장희진이 맡은 수희는 소위 교내 '짱'으로서 영화 제목처럼 폭력 서클에 출입하며 욕을 달고 산다. 기존에 배우가 가진 이미지를 완전히 깨뜨린다.
"폭력신이 많은 건 맞는데요, 저는 때리는 게 아니라 계속 맞는 장면만 있어요." 자신을 변호해보지만 촬영 에피소드를 털어놓자 불량기가 솔깃하게 드러난다. 영화를 위해 처음 입에 문 담배는 아픈 기억만 남겼다. NG가 많은 바람에 목이 아파 고생했다는 그는 "아마 한갑 이상을 폈을 것"이라며 웃는다.(그러자 옆에 있던 상대역 정경호가 '두 갑!'이라고 정정해준다)
첫경험은 담배뿐이 아니다. 장희진은 처음으로 베드신에 도전하게 된다. "부담되고 망설였다"는 그는 "연기자로 이미지를 굳히고 싶은 욕심이 있다. 감독님에게 모든 걸 맡기겠다"며 조심스럽게 각오를 밝혔다. 노출 수위에 관한 질문에 박기형 감독은 "잘 하면 많이 넣고 못 하면 줄일 것"이라며 즉답을 피했다. 고등학생의 얘기이니만큼 강도가 그리 세지 않을 것이란 게 주변의 전언. 하지만 베드신 자체가 지니는 상징적인 의미는 배우에게 그리 간단치 않을 것이다.
장희진은 가끔 인터넷을 하면서 자신의 연기를 지적하는 글을 보면 마음이 쓰리다고 했다. 자신도 부족한 점을 잘 알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말한다. "열심히 하다보면 언젠가 널리 인정받는 때가 올 것으로 믿어요." 퍽 교과서적인 말이지만 그 속에 옹골찬 의지가 느껴졌다.
'폭력써클'이 그 출발점이 될 지 주목된다.
(스포츠조선 김해=이재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