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어린아이들 사이에 인기 있는 만화 중에 '개구리 중사 케로로'라는 일본 만화가 있다. 백화점이나 팬시점에 가 보면 만화의 인기와 더불어 만화의 주인공인 케로로 중사의 캐릭터 상품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국내에서 일본 만화가 인기를 얻고 만화 캐릭터를 상품화한 예는 비단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나 또한 어린 시절 마징가 제트와 아톰 등의 일본 만화에 열광하면서 자랐다.

하지만 '개구리 중사 케로로' 만화는 눈에 띄는 특징이 하나 있다. 중사라는 말에서 나타나듯 주인공은 일본군 복장을 하고 있다. 하나같이 일본 제국주의 시대의 전투모를 착용하고 있는 등장 캐릭터 모습은, 단순히 귀여운 만화 캐릭터의 복식이나 밀리터리룩 정도로 비치지 않는다. 불과 반세기 전만 해도 그 모습의 일본 군인 총칼에 무고한 우리 민족이 얼마나 많은 희생과 억압을 받았는가?

요즘 어린아이들은 일본 군인의 모습을 그대로 본떠 만든 만화 캐릭터에 열광하고, 캐릭터 인형을 끌어안고 귀여워하며, 휴대전화에 매달린 일본군 인형을 자랑스럽게 여긴다.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바로 그들에게 철저히 짓밟혔다는 사실을 전혀 모른 채….

이 만화영화의 주제가를 부른 국내 인기가수는 인터뷰에서, "어릴 때 만화 주제곡을 누가 불렀는지 무척 궁금한 적이 많았다. 어린이들이 이 노래를 들으면서 꿈을 키워 가길 바란다"고 말했다고 한다. 과연 이 만화가 우리 어린아이들에게 무슨 꿈을 키워 줄 만화인가? 60년이라는 시간이 우리 부모님들의 원수를 우리 자식들에게 꿈과 희망의 대상으로 탈바꿈시킬 만큼 긴 시간인가? 3·1절이 코앞이다. 장삿속에만 빠져 역사를 몰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박재흥·대학생·대전 중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