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모에서 풍기는 이미지는 진지함 그 자체다. 아니 진지하다 못해 무섭기까지 하다. "아무 말 안 하는데도 후배들이 현장에서 가장 어려워하는 배우"라는 본인의 말에 고개가 절로 끄덕거려질 정도다. 그러나 정작 그의 이름 석 자를 빼놓고는 우리나라 코미디 영화를 논하기 어렵다. '희극지왕' 최성국. 영화 '구세주'(감독 김정우, 제작 익영영화)로 또다시 코믹본능을 유감없이 드러낸 배우 최성국과 '코미디'에 대해 한바탕 이야기를 나눠봤다.
연기신조 '망가짐을 두려워말자'… 인생목표 '출연료 최고배우 되자'
★ 나도 한때는 = 원래 최성국은 잘 나가는 멜로 배우였다. 홍콩스타 금성무(가네시로 다케시)의 바통을 이어받아 국내 최초로 M사 캔커피 CF 모델로 발탁되기도 했고, 7년 전쯤에는 한 인기투표에서 석달간 '최고 남자배우' 순위 1위에 오르기도 했다. 당시 2, 3위는 정찬, 정우성이었다나….
★ 코미디가 살 길 = 최성국은 자신의 코믹 이미지 변신에 대해 "먹고 살기 위해서였다"고 주저없이 말했다. "데뷔 후 줄곧 소속사 없이 매니저와 코디 데리고 혼자 일했어요. 서른한 살 때쯤 TV를 보는데 문득 위기감이 들더라구요. 톱스타들은 올라오는데 앞으로 내 매니저와 코디를 어떻게 먹여 살리나 하는 생각이 확 들었어요." '사장 마인드'로 고민 끝에 최성국은 '코믹 배우'라는 틈새시장을 발견했다.
★ 폭발한 코믹 본능 = 박수홍과 함께 출연했던 '흑과 백'부터 '대박가족', '색즉시공'까지 최성국은 장르를 불문하고 동에 번쩍, 서에 번쩍 나타나 웃음을 선사했다.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변신이었고,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멜로는 연기가 정형화돼 있어 편한 반면, 재미가 없죠. 반면에 코미디는 무지하게 어렵지만, 생활까지 즐거워져요. 제 개인적으로도 코믹 소스가 들어간 연기가 편하구요. 앞으로도 더욱 많은 웃음을 드리는 데 전념할 생각입니다."
★ 코믹연기의 비결? = 그 흔한 개인기 하나 없고, 웃기게 생기지도 않은 최성국의 코믹연기 비결은 '망가짐을 두려워하지 않는 자세'와 '못 해도 본전'이라는 식의 뻔뻔한 자세다. "한 신을 찍어도 2~3가지 이상 버전으로 찍습니다. 그중 확실히 웃긴 걸 쓰는 거죠. 그리고 제가 개그맨도 아닌데 좀 안 웃기면 어떻습니까?"
★ 라이벌? 목표? = 물어본 기자가 잘못이었다. 역시 최성국다운 기발한 답이 나왔다. 탤런트 공채 시험 때에도 "존경하는 배우는 따로 없다. 30년 후 내가 아무개 보다 못하겠느냐"는 당돌한 답을 했던 최성국이다. 지금도 마찬가지. 라이벌이라고 생각하는 배우는 없고, "우리나라에서 가장 '파우치'(출연료) 많이 받는 배우"가 목표란다. 참, 코믹연기를 하면서 하나 더 생긴 목표가 있다. "표값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 않도록 관객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할 수 있는 연기자가 되자"는 것이다. 올 한해 최성국이 기록할 '웃음 타율'은 과연 얼마나 될 지 궁금하다.
(스포츠조선 김천홍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