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전 대통령이 1974년에 쓴 휘호 ‘선국후기(先國後己·111.5×47.2㎝)’는 경매에서 얼마에 낙찰이 될까? 23일 열릴 예정인 서울옥션의 제100회 특별 경매에 나온 이 휘호는 추정 낙찰가격이 3000만~4000만원이다. 그럼 김영삼 전 대통령이 1980년에 쓴 휘호 ‘대도무문(大道無門·33×127.5㎝)’의 추정가는? 180만~250만원.

박 전 대통령의'선국후기'는 개인보다 나라를 위한다는 뜻으로 끝을 꺾어 올리는 필체에 강한 힘이 나타나 있다. 김 전 대통령의 '대도무문'은 정도(正道)에는 거칠 것이 없다는 내용으로 김 전 대통령이 즐겨 쓰던 글씨다.

우리나라 경매시장에 나온 전직 대통령들의 휘호는 박정희 김대중 윤보선 김영삼 전 대통령 순으로 선호도가 높다고 관계자들은 설명한다.

가장 인기 있는 글씨는 박 전 대통령의 휘호다. 지금까지 22점이 경매에 나와 16점이 낙찰됐다. 그의 '개척과 전진'은 2004년 12월 6300만원에 낙찰돼 역대 대통령 휘호 경매가 중 최고를 기록했다. 대통령 휘호를 경매 인기 품목으로 올려놓은 시발(始發)도 박 전 대통령이다. 그의 글씨 '경제개발의 내외자(內外資) 뒷받침에 힘쓰자'가 2002년 12월 1800만원에 낙찰되자 이후 대통령 휘호를 소장한 사람들이 하나 둘씩 경매회사에 작품을 내놓기 시작했다.

그 다음 인기 있는 것은 김대중 전 대통령. 그가 쓴 '民主救國(민주구국)의 길'이 2004년 12월 1500만원에 낙찰됐다. 윤보선 전 대통령의 휘호도 두 번 경매된 적이 있으며 각각 400만원과 200만원에 낙찰됐다. 이승만 전 대통령 휘호는 귀해서 경매에 나온 적이 없지만, 서예솜씨가 워낙 뛰어나 화랑에 나올 때는 '부르는 게 값'이라고 알려져 있다.

서울옥션 경매사 박혜경씨는 "작품의 질에 따라 가격 차이가 나지만 일반적으로 박 전 대통령의 경우 사려는 사람이 많아 경쟁이 붙기 때문에 비싸게 팔린다"고 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과 노태우 전 대통령의 휘호는 경매에 나온 적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