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북도 소백산 자락의 농촌 고교가 개교 37년 만에 처음으로 서울대 합격생을 2명 배출했다.
단양군 단양읍 도전리 단양고 정수(18)군과 김종연(19)양은 각각 서울대 경영학과와 간호학과에 합격했다. 모두 장학생으로 선발됐다. 강순갑(56) 교장은 "학생, 교사, 학부모는 물론 동문과 주민들이 모두 잔치 분위기"라고 말했다.
단양고는 전교생 480여명 가운데 130여명이 저소득층 자녀로 학비 지원을 받는다. 1969년 단양여고로 출발했지만 충주댐 공사로 인근 지역이 수몰돼 1985년 지금의 신(新)단양으로 옮겨 남녀공학이 된 후에도 서울대와는 거리가 멀었다.
단양군에는 마땅한 학원이 없다. 당연히 과외나 사교육은 엄두도 못 낸다. 이완호(53) 교감은 "학교 수업에 의존할 수밖에 없어 고 3 담임교사들은 일요일에도 학생을 지도했다"고 말했다.
단양고는 3년 전부터 학생들을 상·중·하로 나눠 수업을 진행했다. 고3 학생 15명은 특별 선발해 수업 후에 영어·수학·국어 과목을 집중 지도했다. 단양군도 힘을 보탰다. 단양고는 지난해 단양(군)장학회에서 받은 5281만원을 51명에게 나눠줬다. 1인당 100만원 꼴이다.
정수군은 성적도 특출났지만 서울대가 2년째 실시한 지역균형선발 덕을 봤다. 지역균형선발은 전국 고교에서 2~3명씩 추천받은 뒤 내신 위주로 선발하는 제도. 중학 시절 150명 중 20위권이었다는 그는 "상위권 친구들이 도시 고교로 빠져 나갔지만 단양에 남아 고교 진학 이후 한 번도 1등을 놓치지 않았고 내신에 자신 있었다"고 말했다. 아버지가 직업군인(정태기 중령·ROTC 22기)인 정군은 "현대 경영학의 거두 '피터 드러커'를 존경한다"며 "대기업 CEO(최고경영자)가 되는 게 꿈"이라고 했다.
재수 끝에 서울대 간호학과에 입학한 김종연양은 집 근처 단양군 도서관에서 '나 홀로' 공부했다. 모교에서는 혼자 공부하는 그를 위해 매달 실시하는 모의고사 때마다 후배들과 함께 시험을 치를 수 있도록 배려했다. 그는 "간호학 교수가 되어 학생도 가르치고 몸이 불편한 사람들도 돕고 싶다"고 말했다. 단양고는 이번 대입에서 연세대·한양대 등 서울지역 주요 대학에도 합격생을 배출하는 등 졸업생 161명 가운데 105명을 4년제 대학에 합격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