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인들이 거리로 나섰다.
배우, 감독, 제작자 등 영화인 2000여명은 8일 오후 2시 서울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문화침략 저지 및 스크린쿼터 사수를 위한 영화인 대회'를 갖고 정부의 스크린쿼터 축소 방침 철회를 요구했다.
이날 집회에는 스크린쿼터 사수 영화인 대책위원회 간부인 안성기 정진영 외에도 백윤식 박중훈 최민식 이미연 문근영 전도연 황정민 이병헌 송일국 강동원 이준기 김래원 염정아 수애 하지원 등 배우 100여명이 대거 참석해 한목소리를 냈다.
집회 초반 구호 선창을 위해 단상에 오른 최민식은 "우리의 외침이 결코 배부른 투쟁이 아니라는 점을 알아줬으면 한다"며 "우리가 '밥그릇 다툼'을 하고 있는 건 맞다. 그러나 우리들 내부의 다툼이 아니라 미국과의 다툼이다"고 힘줘 말했다.
지난 99년 삭발까지 하며 스크린쿼터 사수 투쟁에 앞장섰던 임권택 감독도 시위 참석자들 앞에 나섰다.
임 감독은 "그때(99년) 투쟁으로 스크린쿼터를 지킨 이후 이젠 괜찮겠지 생각했는데 또다시 같은 일이 반복돼서 너무 가슴이 아프다"며 "스크린쿼터 축소 발상은 말도 안 되는 일이다. 스크린쿼터를 꼭 지켜내자"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백윤식 전도연 문근영 황정민 전도연 등 배우 대표들과 안성기, 정지영 영화인 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 김대승, 김지운, 정윤철 감독 등 영화인 대표들이 나서 성명서를 낭독했다. 특히 전도연이 울먹이며 "우리 영화도 지금은 가파른 성장세를 타고 있지만 언젠가는 필연적으로 쇠퇴기가 올 것이다. 그런데 최후의 안전판 마저 없애면 어떡하란 말이냐"는 내용의 성명서를 읽어 내려갈 때는 잠시 분위기가 숙연해지기도 했다.
4시20분쯤 집회를 끝내고 명동성당까지 가두 행진을 벌인 영화인들은 5시30분쯤 마지막 구호를 외치며 해산했다.
한편, 대책위원회 측은 9일부터도 무기한 1인 릴레이 시위를 재개하며, 오는 17일 오후 5시부터는 스크린쿼터 사수와 FTA 체결을 반대하는 촛불시위를 벌일 것이라고 밝혔다.
김밥으로 요기한 뒤 집회 장소로
○…스타들의 점심 메뉴는 달랑 김밥 한 줄. 오전 11시쯤 미리 모인 배우들은 간단한 사전 교육을 받은 후 주최 측에서 준비한 김밥 한 줄로 요기를 하고 버스를 이용, 집회 장소로 이동했다. 조촐하다 못해 부실한 식사였지만, 눈빛은 그 어느 때 보다도 결연했다.
정진영 맨손으로 쓰레기 치워
○…역시 '왕'은 달랐다. 스크린쿼터 사수 영화인 대책위원회 공동 집행위원장을 맡고 있는 영화배우 정진영은 광화문 집회가 끝난 뒤 진행요원들과 함께 청소를 하며 현장을 정리. 추운 날씨에도 정진영은 맨손으로 쓰레기를 직접 주워 행인들의 눈길을 끌었다.
황정민 CF도 연기하고 참석
○…'청룡스타' 황정민이 스케줄을 두 개나 조정하고 집회에 참석, 한국영화에 대한 열정을 과시. 황정민은 이날 잡혀있던 CF 는 9일로, 또 9일로 예정돼 있던 영화 '사생결단'의 스케줄은 제작사의 양해를 얻어 뒤로 미뤘다. 이 밖에 '비열한 거리'를 촬영 중인 조인성은 이날 새벽 6시30분에 촬영을 마친 후 거의 쉴 틈도 없이 집회에 합류했고, 조이진은 집회 참석을 위해 이날 잡혀 있던 화보 촬영을 새벽으로 당기는 등 열의를 보였다.
최민식 구호선창 카리스마 과시
○…최민식의 사자후에 동료배우 100여명이 감동, '역시 타고난 연설가'라는 찬사를 받았다. 바로 전날 문화훈장을 반납하고 1인 시위를 벌였던 최민식은 집회 초반 단상에 올라 불같은 열변을 토한 후 구호를 선창, 예의 카리스마를 과시했다.
(스포츠조선 김천홍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