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 동구 도학동 팔공산 자락 입구. 북지장사로 들어가는 초입에는 전국에서 최초로 건설되는 방짜유기박물관의 골조가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방짜 유기 전문박물관이 오는 11월 완공을 앞두고 공사가 한창이다. 방짜 유기 박물관은 중요무형문화재 제77호 방짜유기 기능보유자인 이봉주 선생(80)이 평생 제작하거나 수집한 방짜 유기를 전시하는 공간. 모두 이봉주 선생이 무상기증을 약속했다.
대구시는 사라져 가는 방짜유기 기법이 영구히 보존되도록 하기 위해 지난 2004년 7월 5400평의 부지에 지상 2층, 지하 1층, 연면적 1137평 규모로 박물관 건립에 착수했다. 총사업비는 154억원. 공사가 현재 70%의 공정을 보이며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어 오는 11월 완공은 무난하다고 대구시는 밝혔다.
여기에 전시될 작품은 모두 282종 1565점. 당초 기증받기로 했던 54종 316점보다 훨씬 많아졌다. 현재까지 인수된 작품은 73종 320점에 이르고 있다.
이중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먼저 지난 1980년대에 제작한 지름 160㎝, 무게 98㎏에 이르는 징을 들 수 있다. 방짜 징으로는 세계 최대. 기네스북에까지 올랐다. 중국에 지름 152㎝의 징이 있으나 국내 것에는 미치지 못한다. 그만큼 우리 방짜 유기의 기술을 과시하고 있는 명품이다. 대취타에서 쓰이는 국악기인 '울라', 상류층에서 사용하던 '옥바리 칠첩반상기', '화병 촛대', 종교 의식 행사에 사용되던 종으로 맑고 투명한 여운이 특징인 '좌종' 등도 빠지지 않는 명품들이다.
방짜 유기 작품의 전시뿐 아니라 방짜 유기 제작과정을 체험할 수 있는 체험관도 눈에 띈다.
방짜 유기(鍮器)란 원래 구리와 주석을 78%와 22%의 비율로 배합해 만든 질 좋은 놋쇠인 방자유기의 별칭. 그러나 주물된 놋쇠 덩어리를 자주 불에 달구어 두들기면서 그릇의 형태를 만드는 제조방법으로도 통용되고 있다. 방짜유기 제작법 말고도 쇳물을 녹여 그릇의 형태에다 부어서 만드는 주물제작법, 방짜와 주물 제작법의 중간 제작법인 반방자유기 등 국내에는 3가지 유기제작 기술이 전승되고 있다. 이중 정부에서는 사라져 가는 이들 유기 제작법을 전통문화로 보고 특히 방짜 유기장인 이봉주 선생을 중요무형문화재 기능 보유자로 지정해 보존하고 있다. 이봉주 선생은 얼마전까지 경기도 안산시 시화공단에서 공장을 경영하다 최근 경북 문경시 가은읍에 4만여평의 땅을 매입, 방짜유기촌을 운영하면서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다.
대구시 황재찬 문화체육관광국장은 "방짜유기 박물관의 건립으로 방짜유기를 지역의 경쟁력 있는 문화상품으로 개발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물관의 위치가 시외곽지에 자리하고 있어 접근성이 떨어지는 것은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다. 그래서 대구시는 앞으로 이 일대에 고서적박물관, 영상기기박물관, 생활민속품박물관, 화석박물관, 무속박물관 등을 건립해 박물관타운을 만든다는 장기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또 팔공산 관광자원과 연계해 자연자원 및 역사문화 유물자원으로 관광 및 체험시설을 건립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