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유시민(柳時敏) 보건복지부 장관 내정자의 모습을 본 많은 사람들이 "어?" 하는 반응을 보였다.
외모부터 과거와 크게 달랐다. 유 내정자가 백바지에 라운드티를 입고 국회에 첫 등원했을 때 "탁구 치러 나왔느냐"고 했던 의원들은 이날 회색 정장에 공무원식으로 손질한 머리, 검은 테 안경의 단정한 유 내정자 모습에 놀랐다. TV용 얼굴 화장도 짙었다.
유 내정자는 청문회가 시작되기 직전엔 1분 동안 두 눈을 꼭 감았다. 사진기자들은 "그림이 된다"고 했고, 야당 의원들은 "바짝 졸았나"라고 했다.
청문회가 시작되자 노무현 대통령이 말했던 '남을 조소하고 조롱하는' 표정을 찾기 힘들었다. 열린우리당 유필우 의원이 그 문제를 묻자 유 내정자는 "대통령이 직접 충고하면서 고치라는 말도 했다. 야단도 들었다"고 했다. 시종일관 입을 굳게 다물고 웃음기를 보이지 않으려 애쓰는 모습이 역력했다.
유 내정자는 평소 여당 회의장에선 다리를 꼬고 앉는 일이 많았다. 그러다 누가 맘에 들지 않으면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라"는 등의 말을 서슴없이 했다. 그러나 청문회에선 야당의 질문 공세에도 맞대응하거나 인상을 쓰지 않았다. 목소리 한 번 높이는 일이 없었다. 두 손은 무릎 위에 가지런히 올려 놨고, 시선은 항상 질문자를 향했고, "장관을 그만둘 생각은 없느냐"는 질문에도 반박 대신 "제가 판단할 문제가 아닌 것 같다"거나 "나를 잡티투성이라는데 상당히 정확한 평가"라고 했다.
한나라당을 '테러리스트보다 못하다'는 말 등으로 비난했던 것에 대해선 "과했다"고 했고, "필요하다면 언론관계도 과거와 다르게 설정하겠다"고 했다. 자신에 대한 각종 의혹에 대해 "국민께 송구스럽다"고 했고, 의혹을 제기한 의원에겐 "존경하는 의원님 말씀이 옳다"고 했다. 자신의 기독교 비판 발언에 대해 "그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했고, 국민의례 비난 발언에 대해선 "국민의례를 언제나 지키겠다"고 했다.
그러나 특유의 모습이 간간이 드러나기도 했다. 한나라당 정형근 의원이 "비교적 반미 성향이면서 한 달 기숙사비 100만원에 영어만 쓰는 외국어고에 딸을 입학시킨 이유가 뭐냐"고 묻자 유 내정자는 "친북반미하는 사람들도 영어를 해야 하는 시대"라고 받아쳤다.
한편 노 대통령에겐 건의할 게 있으면 가끔 이메일을 보낸다고 답했다. 유 내정자는 휴식시간에 한나라당 의원들을 찾아가 90도 가까이 몸을 굽히며 인사했다.
과거 일사천리로 말을 쏟아냈었던 유 내정자였지만 이날 국회 정책개발비 유용문제가 제기되자 자신의 뒤에 있던 장윤숙 보좌관을 세 번이나 쳐다보며 사실관계를 확인했다.
여당 김선미 의원은 "평상시 듣던 유 의원의 답변과 달라 당황스럽다"고 했고, 다른 여당 의원은 "사람이 저렇게 빨리 달라질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장관이 되면 과거와 180도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에선 "가식적인 변화는 오래 못 간다"는 말도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