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요덕 정치범 수용소의 인권 탄압을 다룬 뮤지컬 '요덕 스토리' 속의 수용소의 비참한 실태에 대한 폭로 수위가 너무 높다면서 정부 관계자가 대본 내용을 누그러뜨려 달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뮤지컬에 북한 노래와 인공기를 등장시킨 것이 국가보안법 위반이 될 수 있다는 경고도 있었다는 것이다. 脫北者탈북자 감독 정성산씨의 휴대전화에는 "공연을 하면 너의 부모처럼 너를 때려죽일 것" 같은 협박 메시지가 들어온다고 한다.
요덕 수용소는 옥수수 한 그릇과 소금 한 숟갈로 14시간의 중노동을 견뎌야 한다는 북한의 대표적 정치범 수용소다. 10년간 이곳에 수감돼 있던 강철환씨는 탈주하다 잡힌 친구의 시신에 침을 뱉어야 목숨을 유지할 수 있는 곳이라고 증언했다. 한마디로 '인간 지옥' 같은 곳이다. 정부 관계자가 이런 인권 유린 實態실태를 폭로하는 뮤지컬 내용을 순화시키라는 압력을 넣는다면 이 정부의 정신상태가 정상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한때 우리 예술인들의 창작의 자유를 억압한 것이 白色백색테러와 그에 대한 예술인의 공포였다면, 이젠 赤色적색테러가 예술의 내용을 검열하고 예술가를 협박하는 시대가 된 셈이다. 더 어처구니없는 것은 그 主役주역이 북한의 인권개선을 위해 누구보다 관심과 애정을 쏟아야 할 정부라는 것이다.
북한 수용소의 慘狀참상을 증언하는 작품에 북한 노래와 인공기가 등장한다고 국가보안법 운운했다는 대목에는 失笑실소할 수밖에 없다. 유엔의 북한 인권 결의에 기권으로 일관하는 현 정부라 해도 이것은 정도가 지나치다.
독일을 포함한 유럽에선 나치시대 유태인 수용소의 참상을 증언하는 영화가 끊임없이 만들어지고 있다. 나치즘의 이름 아래 무고한 사람들을 가스실로 보낸 인권 유린의 현장을 고발함으로써 다시는 이런 비극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노력이다. 그러나 이런 영화가 독일의 자존심을 해치고 민족 분열을 조장한다는 이유로 제작자를 협박하거나 정부가 나서서 압력을 행사한다는 얘기는 들어보지 못했다.
입력 2006.02.06.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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