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 단대천. 남한산성 기슭에서 발원해 성남시 법원·검찰청과 단대오거리 등 도심을 흐르다가 탄천으로 이어지는 5㎞ 가량의 하천이다. 지금 이 단대천은 시야에서 사라졌다. 1992~96년 단계적으로 복개돼 예전의 청계천처럼'지하 하천'으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이 단대천을 하천답게 '부활'시키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여건상 청계천 같은 원형에 가까운 형태로의 복원은 불가능해도, '정다운 도심 속 하천'정도의 기능은 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남한산성 계곡물 끌어와… 테마공간 등으로 재단장
2년이면 새 모습 갖출 듯
성남시의 용역을 받아 지난 달 경원대 조경학과 최정권 교수가 작성한'성남 구(舊)시가지 수(水)환경 정비 방안'을 보자. 복원되는 개천은 남한산성 유원지에서 시작해 중앙로를 따라 단대오거리~수진역~모란역을 지나 단대천의 탄천 합류부로 이어진다.
그런데 중앙로는 교통량이 많은데다, 지하철 8호선이 나란히 달리고 있다. 청계천 같은 자연 복원은 현실적으로 힘들다. 이 때문에 남한산성 계곡물과 지하철 터널 주변에 고이는 물을 끌어와 폭 50㎝~3m, 깊이 10~20㎝의 실개천을 만들어 사라진 단대천의 '맥'을 잇자는 안이 제시됐다.
이 개천을 축으로 도심을 세 권역으로 나눈 뒤, 각각 테마공간으로 조성하는 방안도 곁들여졌다. 먼저 남한산성 일대는 '전통'을 테마로 한 조형물과 인공폭포를 만든다. 다음 단대오거리~신흥~수진역으로 이어지는 지역은 상업·문화 중심권임을 감안해 음악분수와 이벤트공간을 마련한다는 것. 나머지 수진역~모란역~탄천 구역은 생태습지원과 물놀이장 등 시민 휴식공간으로 재단장된다. 전체적으로 2년이면 가능하다고 한다.
성남시는 이 계획을 중원·수정지역 주거환경개발(재개발) 계획에 반영할 계획이다. 최종 승인은 경기도의 몫이다.
성남시 곽현성 도시개발과장은"횡단보도나 교통량 문제 등을 감안할 때 온전한 한 줄기 개천을 만들기는 힘들겠지만, 가능한 범위까지 최대한 살려볼 계획"이라고 했다. 성남시는 공사가 끝나면 주변 기온이 2도는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최정권 교수는 "독일 프라이부르크나 일본 도쿄 인근의 다마신도시도 인공 개천을 조성해 주민에게 쾌적함을 안겨줬다"며 "구시가지 재개발을 겸해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탄천을 낀 분당에 비해 '물'이 부족한 중원·수정구 주민의 만족도도 높일 수 있다는 것.
하지만 성남시의 일부 부서에서는 실현 가능성에 대해 다소 회의적이다. 녹지공원과 김명수 조경팀장은 "공사에 수반될 여러 가지 민원을 생각하면 실현성이 낮을 수 있다"며 "인공 분수를 많이 설치하는 식의 대안도 아울러 모색 중"이라고 했다.
분당 환경시민의 모임 정병준 대표는 "도심 재개발사업에 하천 복원은 어떤 방식으로든 병행돼야 한다"며 "복개된 옛 하천의 수원(水源)으로 아예 새 물길을 끌어와 흐르게 하는 방안도 검토해보자"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