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가 작은 여자가 세로 줄 무늬 옷을 입으면 어떻게 보일까? (공식적 사실) 줄무늬가 시선을 세로로 이동시켜 키가 커보인다. (비공식적 진실) 줄무늬를 입은 키 작은 여자.

30분 이상 공들여 색조화장을 해 '투명 피부'를 만들고, 손톱을 다듬어 그라데이션 기법으로 매니큐어를 칠해도, DNA의 축복을 받지 못했다면, 이건 쓸데없는 일일 확률이 크다. 남(자)들이 보기엔 '화장한 못생긴 여자'에 불과할테니까. 그럼에도 왜 여자들은 그렇게 많은 시간을 이 쓸데없는 노력에 투자하는 것일까.

일본의 만화가인 안노 모요코의 뷰티 체험담 '뷰티 마니아'(글 그림 안노 모요코, 미디어2.0 펴냄)는 미인이 되길 꿈꾸는 평범한 외모의 소유자의 고군분투기. (평범? 그 자신이 유명한데다 남편도 '신세기 에반게리온'의 감독 안노 히데아키)

모요코는 아름다운 여자가 아니라,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만화가. 그녀는 아름다운 것 속에 자신을 위치시킬 때 자신을 사랑스럽게 느낄 수 있다고 주장한다. 마치 '불량공주 모모코'가 촌구석에서도 로코코풍 의상을 고집하면서 자신의 '정수'를 지켜가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진정 모요코 책의 묘미는 그녀가 돈을 엄청 퍼부어 실패하고, 때론 성공한 다양한 미용의 비밀이 귀여운 멘트와 그보다 더 깜찍한 만화로 표현되어 있다는 점이다.

정보를 이런 식으로 알려준다. 마스카라가 번진 '팬더 눈'을 피하는 눈화장법. 모요코는 일단 뷰러로 확실하게 잡아주고, 효과좋은 마스카라로 눈을 진하게 만들어주라는 '개론' 정도의 정보가 아니라 맥스팩터와 엘레강스, 고세의 워터프루프 마스카라를 추천한다. 잡지에서 쏟아지는 '의심스런 칭찬' 일색의 신상품 소개와 달리, 제품에 대한 냉정한 판단과 체험적 평가가 매력적이다. '젖살이 빠졌어요' 따위의 내숭섞인 변명대신 "히알루론 주사를 맞을 땐 마스카라가 번질만큼 엉엉 울었지만, 얼굴이 확실히 좋아졌다' 등의 솔직한 멘트를 날려준다. 게다가 슬쩍슬쩍 보이는 모요코의 실제 모습과 자신에 대한 '자학적' 멘트는 덤. 각권 8,500원에 3권짜리로 나와있는게 좀 부담스런 게 단점.

p.s. 모요코가 체험한 얼굴 경락. 일단 눈썹이 난 부분, 콧잔등, 귓불 바로 뒤를 손가락을 구부려 근육결을 따라 팍팍 눌러준다. 눈물 나게 아프지만, 이걸 열심히 하면 눈도 커지고, 코도 오똑해진다나. 믿거나말거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