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황혼 무렵 광주공항. 점심 이후 한가하던 대합실이 여행객들로 갑자기 붐비기 시작했다. 서울·제주행 국내선 승객에 이날 저녁 필리핀 마닐라와 중국 하이커우(海口)로 떠나는 국제선 승객이 뒤섞이면서 광주공항이 순식간에 국제공항으로 탈바꿈하는 순간이었다.
공항 입점 가게들도 바빠졌다. 2층 음식점 두메푸드라운지 윤을순 점장은 "오후 7시30분 출발하는 필리핀항공 이용객 120명 전원을 단체손님으로 받았다"면서 "다른 날보다 수입이 괜찮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해외로 출국한 승객은 506명. 여기에 입국자 455명을 합치면 광주공항을 통해 출·입국한 여행객은 1000명에 육박했다.
국내선 전용공항으로 출범한 광주공항이 국제선 유치를 발판삼아 '환골탈태'하고 있다. 겨울철 특수가 한창인 요즘 광주공항은 매주 34편의 국내외 항공기가 중국·동남아를 오가고 있다.
고질적인 적자에 시달리던 이 공항은 2003년 후반 국제선 운항이 본격화되면서 체질을 바꿨다. 2004년 14억원 흑자에 이어 작년에도 6억원(추정) 흑자라는 '성적발표'를 앞두고 있다. 지방공항으로서는 드물게 2년 연속 흑자를 낸 것이다.
인천국제공항을 뺀 14개 공항 중에서 김포·김해·제주 등 '빅3'를 제외한 대부분의 지방공항은 만성적인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기본적으로 국내에서 비행기를 이용하는 사람이 많지 않은 데다 항공기 이·착륙이나 승객들의 공항이용 명목으로 받는 수수료가 낮은 수준이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고속철도(KTX) 개통과 전국 도로망 정비 등으로 탑승객은 더욱 줄어들고 있다.
광주공항의 화려한 변신은 위기를 기회로 활용한 '전략적 선택'과 광주시·지방 단체의 적극적 협조, 공항 직원들의 노력이 함께 일궈낸 '열매'였다.
우선 2003년 후반 광주공항은 국제선을 적극 유치했다. 대한항공과 중국 동방항공의 정기노선을 개척했고 이번 겨울에는 마카오와 마닐라, 광저우(廣州), 하이커우 등 4개 지역을 오가는 전세비행기들이 요일별로 드나들고 있다.
이 결과, 지난 2000년 항공기 6편 운항에 687명에 불과하던 국제선 이용객은 작년에 처음 10만명을 돌파(11만9930명)했다. 손종하 한국공항공사 광주지사 운영팀장은 "승객 한 사람당 공항이 받는 여객이용료가 높아 연 10억원 정도 수입이 늘었다"고 말했다.
광주시와 지역 관광협회도 2003년 후반 '광주공항 활성화협의회'를 구성해 본격적인 광주공항 살리기에 적극 나섰다. 관광협회는 광주·전남 지역의 관광 수요를 개발하는 한편 외국 항공사의 광주공항 취항을 적극 유도했고 광주시도 시민들이 공항을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작년 초 1개였던 버스노선을 2개로 늘렸다.
광주공항을 이용할 경우, 시간과 돈을 절약할 수 있다는 점도 한몫했다. 친구 4명과 그 가족들을 합쳐 20명이 필리핀 여행을 간다는 임한주(49)씨는 "인천공항 이용 때보다 시간은 3시간 이상, 비용은 한 사람당 6만원 정도가 절약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광주·전남 지역의 여행업계도 즐거운 비명이다. 필리핀 마닐라로 전세기를 띄우고 있는 '하나투어'는 이번 겨울 선보인 여행상품이 100% 가깝게 팔려나가는 호황을 누리고 있다. 박승연(30) 하나투어 대리는 "한 전세기당 110명을 모집했는데 오늘은 2명 빠진 108명"이라면서 "작년 12월부터 오늘까지 4번의 전세기 모두 이런 식"이라고 말했다.
공항 직원들은 뼈를 깎는 경영개선으로 호응했다. 고객 불만이 많이 제기됐던 화장실을 전면 개조했고 각종 안내판도 모두 바꿨다. 2층에는 파라솔을 여러개 설치해 승객들의 휴식 공간을 만들었다. 경영개선을 위해 '수입 10% 증대, 비용 10% 절감' 운동을 줄기차게 전개했다. 이 결과, 광주공항은 공항공사가 전국 14개 공항을 대상으로 조사하는 고객만족도 조사에서 순위를 2004년 5위에서 작년에는 1등으로 끌어올리는 쾌거를 이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