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슬링도 유도, 복싱, 태권도 등 다른 격투기 처럼 체급별로 경기를 치른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자유형과 그레코로만형으로 나뉘어져 있다는 점에서 특이하다. 왜 그럴까.
그레코로만형은 상체(허리 위)만 공격해야 하고, 자유형은 전신을 공격할 수 있다. 일단 그레코로만형이라는 '요상한' 이름에 눈길이 간다. 전신을 공격하는 자유형이야 자유스럽게 공격할 수 있다 해서 붙은 명칭이지만, 그레코로만형은 도대체 어디서 나온 것일까.
그 이유를 알고 싶다면 우선 레슬링의 역사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레슬링이 대중 스포츠로 자리잡은 것은 고대 그리스시대. 고대 올림픽의 정식종목이었던 레슬링은 당시 3전2선승제의 토플링 경기와 판크라티온 경기로 구성돼 있었다. 복싱과 레슬링이 혼합된 판크라티온은 한 사람이 항복을 해야 끝나는 경기. 일본의 종합격투기 '판크라스'의 유래가 되는 경기방식이다. 하지만 로마시대 초기 점점 상업화된 레슬링은 야만적인 스포츠로 변질됐다. 규칙도 없이 상대를 꺾어야 했고, 경기 도중 선수가 죽는 일도 허다했다. 때문에 로마인들은 레슬링의 스포츠적 가치를 되찾기 위해 허리 위만 공격하게 하는 엄격한 규칙을 정했다. 그리고 이 종목을 그리스시대에 시작된 레슬링에 로마인의 창조성을 가미했다 하여 그리스, 로마를 합친 '그레코로만'이라는 명칭을 붙였다. 이것이 '그레코로만형'의 유래다.
레슬링은 북유럽에서 호신술로 발전했다. 기사들의 중요한 호신술이었던 레슬링은 전신을 공격대상으로 삼을 수밖에 없었다. 화약이 발명되면서 레슬링은 호신술로서의 가치가 떨어졌고, 스포츠로서 발전하기 시작했다. 이것이 자유형의 유래. 영국 랭커셔 지방에서 규칙이 정립된 레슬링 자유형은 유럽과 미국에서 급속도로 보급되기 시작해 현재와 같은 모습을 갖추게 됐다.
(스포츠조선 류동혁 기자)